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의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 기사가 충격을 주고 있다.
FT는 “국내은행의 외국인 이사 수와 그들의 거주지 제한을 검토하겠다”는 그의 발언과 울산 지역 주민들의 ‘SK㈜ 주식사기운동’의 예를 들어 “한국은 민족주의적ㆍ보호주의적 색채 때문에 아시아 허브로의 도약은 불가능하다”고 썼다.
우리는 FT의 보도에서 수긍할 점과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FT가 지적했듯이 최근 한국에서는 반외국자본 정서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그것이 세계화를 지향하는 우리 경제의 목표에 어긋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국내기업과 외국기업을 편가르기하는 것 자체가 국수주의고 이런 정서가 세계에서 한국을 외톨이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아울러 외국자본의 국내 금융기관 지배에는 어느 정도 룰이 필요하다는 점을 영국 언론에 밝히고 싶다. 2차 대전 후 세계 최대 자동차공업국임을 자랑하던 영국이 자동차회사를 하나도 남기지 않고 외국에 다 넘겨주면서도 금융기관은 넘겨주었던가.
뱅킹시스템은 한나라 경제의 심장이다. 따라서 제조업은 넘겨주더라도 은행은 넘겨줘서는 안된다는 불문율은 영국과 그의 식민지였던 캐나다의 예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한국은 외환위기를 거치며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고 금융부실을 터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일부 은행을 외국에 팔아야 했다.
하지만 그들 외국자본도 한국에 와서는 한국의 금융규제를 따라야 한다. 은행의 외국인 이사에 대해 국내거주 여부를 규제하는 것은 한국에 살지 않는 외국인 이사가 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수익만 따지는 문제점이 있었기에 제기됐고 선진국에서도 외자기업의 임원에 대한 거주요건을 명시하고 있다. 글로벌스탠더드로서 문제가 없다면 외국자본에 대한 국내법 적용이 필요한 것이며 이를 국수주의로 몰아붙일 수 없다는 점이다.
윤 위원장도 국제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논란의 여지를 만들어줄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조용하게 금융시스템을 정비하고 규제와 감독을 하는 것이 금융감독 총책임자로서 더 신중한 처사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