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KAIST '쓰디쓴 개혁' 열매 맺는다

서남표총장 취임후 잇단 학내 구조조정<br>교수퇴출에 장학금 못받는 학생까지 발생속<br>노키아등 글로벌기업과 공동연구 성과<br>세계적 공대 향한 화려한 비상 본격 스타트

한국시간으로 지난달 27일 서남표(왼쪽) KAIST 총장이 미국 캘리포니아 현지에서 미국항공우주국(NASA) 에임스센터 사이먼 피트 워든 소장과 '소형 인공위성 및 무인탐사 자동차 등 첨단 우주과학 분야 공동연구를 위한 협약'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KAIST 제공



KAIST '쓰디쓴 개혁' 열매 맺는다 서남표총장 취임후 잇단 학내 구조조정교수퇴출에 장학금 못받는 학생까지 발생속노키아등 글로벌기업과 공동연구 성과세계적 공대 향한 화려한 비상 본격 스타트 이재철 기자 humming@sed.co.kr 한국시간으로 지난달 27일 서남표(왼쪽) KAIST 총장이 미국 캘리포니아 현지에서 미국항공우주국(NASA) 에임스센터 사이먼 피트 워든 소장과 '소형 인공위성 및 무인탐사 자동차 등 첨단 우주과학 분야 공동연구를 위한 협약'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KAIST 제공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바뀌고 있다. 지난 2006년 7월 서남표 총장이 취임한 지 1년 반이 지난 지금 이곳에서 전례 없던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당장 올해부터 200명의 학생들이 자비로 돈을 내고 수업을 받는다. 전 학부생 장학금 지급으로 수업료 부담이 없었던 KAIST의 '공짜 신화'가 개교 37년 만에 깨진 것이다. '나태한 학생에게는 지원도 없다'는 서 총장의 개혁방침에 따라 올해 처음으로 수업료 유료화 기준(4.3 만점에 2.7 미만)에 걸린 2학년 학생 약 200명이 10일 봄학기 개강 전까지 최소 6만원~최대 600만원의 수업료(총 4억7,000만원 규모)를 납부했다. 수업료 전액 무료 원칙이 적용됐던 KAIST 개교 이래 전무후무한 일이다. 여기에 지난해 테뉴어(tenureㆍ종신재직권) 심사에서 탈락한 교수 중 일부가 조만간 옷을 벗는다. 이처럼 우울한 내부와 달리 외부에서는 경사가 겹쳤다. 노키아(NOKIA) 등 글로벌 기업과의 공동연구가 성사됐고 중동 유명 대학의 연구센터 유치작업도 순항을 거듭하고 있어 수백억원대의 오일머니 유입이 기대되고 있다. 'No pains, no gains(고통 없이 얻는 건 없다)'로 압축되는 서 총장의 개혁 작업. 어느새 쓰디쓴 개혁이 열매를 맺는 모습으로 서남표호(號)는 37년 KAIST 역사의 한 공간을 거침 없이 채워가고 있다. ◇구조조정 등 내부개혁, 2008년부터 일괄 스타트="목숨 걸고 하고 있다." 서 총장과 함께 학내 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장순홍 부총장의 입에서는 이 말부터 나왔다. 지난해 테뉴어 심사를 크게 강화, '철밥통' 같았던 교수사회를 크게 뒤흔든 데 대한 소회였다. KAIST는 지난해 9월 33명의 테뉴어 신청자 중 11명을 심사 과정에서 탈락시켰다. 이에 대한 교수사회와 학생들의 반응은 설마 자르기(구조조정)까지는 않을 거라며 비슷했지만 서 총장의 입장은 여전히 단호한 것으로 보인다. 무슨 이유에서건 이들 탈락 교수는 올해 안에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장 부총장은 "올해 아마도 이들과 재계약을 안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고통스럽지만 그 때마다 테뉴어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KAIST가 세계적 대학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고 장 부총장은 덧붙였다. 이처럼 '살벌한' 내부개혁은 학생사회에서도 올해 처음 가시화했다. 모든 학부생에게 지급되던 국가 장학금을 못 받는 학생이 200명이나 생기는 대형사고가 터졌다. 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혹은 다음 학기에서는 반드시 장학금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최대 600만원에 달하는 봄학기 수업료를 납부했다. 이에 대해 KAIST 학생복지팀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학점 3.0 이상이 안 되면 장학금이 전혀 지급되지 않는다"며 변화한 KAIST의 장학제도를 확언했다. 나아가 KAIST 학부생에 대한 학교의 믿음이 크기 때문에 이 같은 변화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국내 최고의 학생들이 모인 KAIST다. 조금만 달라져도 학생 전원이 3.0 이상을 얻을 수 있는 잠재력이 살아 있다"며 "학점제도가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어 더더욱 대규모 장학금 탈락자 발생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글로벌 공대를 향한 화려한 '비행' 시작=개혁의 진통이 잇따른 내부상황과 달리 KAIST의 대외 성과는 새해 벽두부터 줄을 잇고 있다. 1월 말 서 총장은 미국항공우주국(NASA) 에임스연구센터와 캘리포니아 현지에서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소형 인공위성 및 무인탐사 자동차 등 핵심 우주개발 연구 분야를 함께 하게 된 것이다. NASA가 다른 나라 대학과 소형 위성위성 개발을 위해 손을 잡은 건 지극히 이례적이다. KAIST의 한 관계자는 "한국 국적의 인력이 NASA에 들어가 우주개발의 꿈을 키우는 일이 현실로 이뤄졌다"며 "이번 공동연구 체결은 KAIST의 세계 대학 순위에도 상당한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보다 한 주 앞선 지난달 24일에는 세계적 휴대폰 제조사인 노키아가 KAIST와 손을 잡았다. 오는 6월 말까지 KAIST와 휴대폰 제조시 기판 위에 다양한 모듈(module)을 상온에서 고속접합하기 위한 실용화 기술개발을 진행하게 된다. 연구기간이 짧아 한화 5,000만원이 채 안 되는 사업이지만 노키아가 국내 대학과 공동연구에 나선 첫 사례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해외 성과로 꼽히고 있다. 아울러 4~5월이면 250억원 규모의 오일머니가 KAIST에 투자되는지 여부도 최종 판가름난다. 지난해부터 사우디아라비아가 총 2조원을 들여 설립하려는 대학의 해외 연구센터 5곳 중 하나로 KAIST가 유치 신청서를 제출, 1단계를 통과한 것. 늦어도 5월 중 최종 유치 대상이 확정될 이번 경쟁과 관련해 장 부총장은 "약 40개 세계 최고 대학간 유치 경쟁에서 10곳을 가려낸 1단계를 통과한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렇게 생긴 불꽃을 꼭 크게 키워야 한다는 사명으로 모두가 뛰고 있다. KAIST를 세계적 대학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에 응원과 힘을 실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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