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은행신탁 `비상구가 없다'

「비상구 없는 은행신탁」.은행신탁이 갈수록 궁지에 몰리고 있다. 은행들은 고객의 돈은 빠져나가는데 마땅한 대안도 찾지 못한 채 발만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신탁고객 이탈방지를 위해 야심차게 추진하던 「단위형 신탁」도 감독당국이 만기를 1년 이상으로 제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어 상품의 효과도 반감될 전망이다. 8일 금융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저금리 현상에 연초 증시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은행 신탁계정의 자금이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신종적립신탁은 지난달 만기가 돌아온 17조9,182억원중 3조5,137억원이 빠져 19.8%나 이탈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택은행의 경우 신종신탁에서만 한달새 4,500억원 이상이 이탈했다. 이들 자금중 상당부분은 투신사의 수익증권이나 뮤추얼펀드 등으로 옮겨간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은행권은 이에 따라 이들 상품에 대응할 만한 상품개발에 공동 착수, 이달안에 「투신형 신탁상품」을 내놓을 계획이었다. 은행권이 개발을 완료한 상품은 펀드 규모를 미리 정해놓고 일정기간 고객을 모집한 후 추가 설정없이 운용실적에 따라 수익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단위형상품」과 펀드 설정후 추가설정이 가능한 「추가형상품」 등. 이들 상품은 특히 기존 신탁상품이 최대 1조원 이상의 대형 규모로 운용돼 온데 반해, 수백억 단위의 중소형 펀드로 운용되는데다 신탁기간도 최대 6개월 미만까지 단기화시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특히 만기가 6개월까지 가능할 경우 뮤추얼펀드 등과의 본격적인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는게 은행권의 기대였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마련된 「신탁제도 개편방안」에 따라 단위형 신탁의 만기를 1년 이상으로만 제한하는 쪽으로 잠정 방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은행권의 야심찬 계획은 상당부분 퇴색될 수밖에 없는 처지. 금감원 관계자는 『새 상품에 대해 아직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라면서도 『제도개편 방안이 있는데 임의로 만기를 단축시킬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밝혀, 은행권의 당초 의도와는 거리가 먼 태도를 보였다. 은행 신탁담당자는 『(신탁제도)개편 방안에 따른 만기의 한계는 알고 있다』며 『그러나 은행신탁이 기존 상품으로는 한계에 도달했으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은행 신탁자체가 지리멸렬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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