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DJ 국장] [기고/8월 22일] 김대중 前대통령을 애도하며

김성주(성균관대 교수·정치학)

민주주의 발전과 민족화해를 위해 평생을 몸 바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거했다. 고인이 남긴 발자취가 너무도 크기에 국민들은 그의 타계를 안타까워하며 비통해하고 있다. 수많은 인파가 줄을 이어 분향을 하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슬퍼하고 세계 지도자들의 조문이 쇄도하고 있다. 민주주의 발전과 함께 한 생애
김 전 대통령의 삶은 질곡으로 점철된 우리 현대사 그 자체이며 민주주의 발전사와도 궤적을 같이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인은 40대 기수론을 내세우며 박정희 독재정권에 저항하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살아남았다. 전두환 정권에서는 국가전복미수죄로 사형선고를 받았다. 또한 고인은 투옥 6년, 망명 10년, 가택연금 55차례 등 숱한 고초를 겪었다. 그러나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민주주의와 민족화해의 열망을 저버리지 않고 온몸으로 투쟁해 이를 쟁취한 ‘행동하는 양심’이었다. 이 좁은 지면에서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을 섣불리 논한다는 자체가 민망한 일이지만 우리는 역사발전의 희망을 믿으며 국민의 편에 서서 살아온 고인의 삶과 자취를 잊을 수 없다. 민주ㆍ인권ㆍ자유ㆍ평화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구현하고자 부단히 저항하고 투쟁했던 고인의 열정으로 우리는 한층 성숙한 사회를 그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김 전 대통령이 살다간 한국의 정치적 토양은 척박하기 그지없었다. 빈부 간 갈등, 지역균열, 이념적 대립 등으로 분절되고 굴절된 우리 사회는 항상 고인의 어깨를 무겁게 내리눌렀으며 고인은 이의 피해자였다. 선거를 통한 55년 만의 수평적 정권교체는 우리 사회에 커다란 변혁을 가져왔다. 특히 기득권에게는 김대중 정부의 출범 그 자체가 하나의 충격이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전 정부에서 물려받은 외환위기는 김 전 대통령이 쇄신하고자 했던 정치개혁을 무력화시켰다. 전직 대통령을 포함,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서 고인은 국가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국난 극복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 결과 2년 만에 외환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이는 IMF 관리체제 극복을 정책의 최우선으로 한 김대중 정부와 노사 간 화해 노력으로 가능할 수 있었다. 또한 김 전 대통령은 국민화합을 위해 용서와 화해의 정치를 폈다. 김 전 대통령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지역균열주의와 이념갈등의 극복을 위해 재임기간 내내 부단한 노력을 했으나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만이 우리 민족이 살아갈 수 있는 미래’라는 신념하에서 냉전구조와 민족모순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한 김 전 대통령의 집념은 대단했다. 남북한 관계개선을 넘어 양 정상의 만남은 이의 결정체였다. 우리는 지난 1년 반 동안 그동안 이뤄놓았던 민주주의와 남북한 관계가 퇴보하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사회는 다시 빈부 간, 이념 간, 지역 간 갈등으로 분열되고 있다. 사회의 가치와 정의가 실종되고 있다. 효율성 만능의 경쟁력만이 난무하고 있는 듯하다. 국민화합·민족화해승화시켜야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즈음해 고인의 유지가 무엇인지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서거한 김 전 대통령이 다시 우리들에게 국민화합과 민족화해를 염원하고 있다. 전ㆍ현직 대통령들을 포함,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이구동성으로 용서와 화해를 이야기하고 북한의 조문사절단이 서울로 온 상황에서 국민화합과 민족화해의 계기를 마련하고 승화시켜야 한다. 여기에는 정파도, 계층도 뛰어넘는 범국민적 자세가 필요하다. 이제 김 전 대통령은 ‘인동초’와 같은 삶을 마감하고 우리의 곁에서 영원히 떠났다. 고인의 공과에 대한 평가를 떠나 우리는 그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이제 미완의 과업은 산 자들에게 맡기고 부디 영면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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