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과 세상] 신을 매개로한 서양 철학의 대서사시

■서양 문명을 읽는 코드 신(김용규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서양 문명의 2,000년 역사에서 기독교의 신(神)은 종교 뿐 아니라 생활규범과 관습 안으로 파고들었고 예술에까지 깊은 영향을 미쳤다. 문명 전체를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기독교 신에 대한 이해는 서양문명의 근원적 이해를 위한 실마리가 된다. 철학자인 저자는 철학과 신학을 접목해 문명과의 상관관계를 파헤쳤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아퀴나스, 아우구스티누스, 하이젠베르크, 비트겐슈타인에 이르는 철학자들을 분석했고 괴테, 셰익스피어, 단테, 미켈란젤로 등의 작품과 예술이론으로도 접근했다. 책을 통해 저자는 기독교가 신의 유일성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배타성을 지적한다. 12~13세기 십자군 성전(聖戰)이나 16세기 유럽 가톨릭교도가 중남미에서 자행한 학살, 17세기 이후 청교도가 북아메리카를 정복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만행이 배타성에서 비롯된 폭력의 대표적 사례다. 저자는“ 원래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의 유일성은 배타성이 아니라 포괄성이며 일치를 원하는 사랑이 아니라 조화를 원하는 사랑”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일부 기독교 안에 존재하는 배타성은 박해를 견디고 교단이 정립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으로 하루빨리 ‘폐기처분’되어야 할 반신앙적 유산임을 지적한다. 사실 신의 유일성에 대한 인식만 하더라도 고대 히브리인들은 야훼를 여러 부족신 가운데 하나로 파악했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이사야, 예레미야 같은 인물이 등장한 기원전 8~6세기를 지나며 ‘보편적 정의’개념이 등장했고 유일신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주거니 받거니 담소를 나누는 듯한 문체는 저자가 고대 헬레니즘 시대의 성직자들이 설교할 때 사용하던 디아트리베(diatribeㆍ환담) 수사법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전문용어를 쉬운 말로 풀어 대화하듯 전개하는 방식이라 읽기는 쉬우나 수천 년의 역사를 압축한 탓에 꽤나 방대하다는 점은 알고 시작해야 한다. 3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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