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은행 스톡옵션] 국민돈으로 잔치

은행들의 스톡옵션(주식매입 선택권)은 바람직한가.최근 시중은행의 스톡옵션 도입이 붐을 이루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은행들이 소중한 국민 돈(공적자금)으로 잔치를 벌이는 것』이라는 비난이 터져나오는가 하면 『경영진의 의욕을 유발하기 위한 최선책』이란 옹호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지금까지 은행권에서 스톡옵션을 도입한 곳은 주택은행과 하나은행. 주택은행은 지난해 10월 김정태(金正泰)행장에게 30만주를 액면가에 넘겼는데, 오는 2001년 이후 시가에 매각할 수 있다. 주택은행 주가가 벌써 1만5,000원대를 넘어선 것을 감안하면, 金행장은 주가 향방에 따라 수십억원의 차익을 누릴 수도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19일 정기주총을 열고 김승유(金勝猷)행장을 비롯한 16명의 임원과 11명의 1급 부서장까지 적용되는 파격적인 스톡옵션(주식매입 선택권) 실시를 결의했다. 스톡옵션은 金행장이 15만주, 상임감사와 부행장이 7만주, 본부장이 5만~3만주, 지역본부장(1급 부장)이 2만주를 각각 받게 되며 오는 2002년 2월20일 이후 3년간 행사가 가능하다. 이밖에 대다수 은행들도 스톡옵션을 정관에 넣기 위해 대주주인 정부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스톡옵션은 국민의 돈= 문제는 은행들의 스톡옵션이 국민의 부담에서 나왔다는 점. 정부가 국민의 돈을 끌어다 시중은행에 출자 형식으로 쏟아부은 공적자금은 지금까지 8조3,983억원에 이른다. 은행들은 경영난 탈피와 부실은행 인수, 합병 등의 과정에서 이처럼 막대한 국민 돈을 수혈받았다. 이들 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적정 수준으로 끌어올려 정상영업의 기반을 다진 것도 공적자금 지원이 있었기 때문. 경영진이 탁월한 수완을 발휘해서가 아니다. 재계의 한 경영자는 『소중한 국민 돈을 끌어다 은행 경영진에게 스톡옵션을 주면 이들은 밑천을 안들이고 돈을 버는 셈이고, 이는 명백한 공적자금 손실』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은행들의 경영여건이 호전되어 주가가 올라간다면, 공적자금 지원에 힘입은 것이므로, 정부가 최대한 차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 무분별한 도입은 차단= 한빛은행은 지난 1월4일 주총에서 스톡옵션을 정관에 넣으려다 대주주의 저지를 받았다. 이에 앞서 서울은행과 제일은행도 지난해 이를 추진하다 대주주의 저항에 부딪혀 보류시키기도 했다. 대주주는 다름아닌 예금보험공사. 정부를 대표해 주주권을 행사하고 있는 예금공사는 무분별한 스톡옵션 도입은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예금공사 관계자는 『스톡옵션이 자칫하면 돈잔치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라 출자은행의 스톡옵션 도입에 대주주 자격으로 적극적인 권한을 행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해당 은행이 적정한 기준을 만들어 제출할 경우에 한해 스톡옵션을 허용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예금공사가 대주주인 한빛(지분율 94.75%), 조흥(91.1%), 서울(46.87%), 제일은행(〃) 등은 스톡옵션 도입에 따른 합리적 경영 정상화 이행 프로그램을 제출, 승인을 얻어야 스톡옵션을 도입할 수 있게 됐다. 이들 은행의 경영진이 스톡옵션 행사 시점에 경영목표를 달성치 못할 경우 자동적으로 주식매입 선택권을 박탈당한다. ◆제대로 활용되면 보약= 예금공사는 그러나 스톡옵션의 취지를 전면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신한은행을 제외하고는 주인이 없는 시중은행들의 현실을 감안할 때, 제대로만 쓴다면 훌륭한 보약이 된다는게 예금공사의 입장. 경영진의 책임의식을 높여 공적자금 손실도 최소화할 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주가가 해당은행의 경영상황과 따로 움직여 경영진이 「불로소득」을 챙길 수도 있는 만큼, 이를 미리 막겠다는 것이다. 예금공사는 그러나 신한과 국민, 주택, 한미, 하나은행 등에는 주주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들 은행에 출자한 공적자금이 우선주 형식이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스톡옵션 도입은 이미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들 은행이 경영진 포상에 공적자금을 축내지 않으면서, 스스로 최대한의 수익을 올리도록 감시하는 시스템 마련이 과제로 남았다. 【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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