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를 둘러싼 외국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반도체 경쟁국인 일본ㆍ대만ㆍ미국 업체들 간에 제휴를 비롯한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이뤄짐으로써 국내 반도체 업계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그동안 세계 반도체 산업을 주도해온 삼성전자ㆍ하이닉스를 삼면에서 둘러싸고 협공을 가하는 양상이다. 특히 경쟁업체들의 공세가 이같이 강해지고 있는데도 삼성전자 등 우리 업체들은 특검 수사 등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황이어서 우려를 낳고 있다.
대만의 난야와 미국의 마이크론은 50나노 이하 D램 공동 개발에 합의했다. 또 대만의 프로모스도 기존 제휴선인 하이닉스와의 관계를 정리하거나 약화시키고 일본 엘피다와 제휴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짝짓기가 세계 반도체 시장과 국내 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양면적이다.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난야의 기존 제휴선은 독일 키몬다사였다. 이 회사는 기판을 파내고 회로를 심는 트렌치 방식의 기술을 갖고 있다. 마이크론사의 제조방식은 기판 위에 회로를 쌓아가는 스택 방식이다. 현재 스택 방식과 트렌치 방식의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8대2 정도인데 난야의 기술선 변경으로 스택 방식의 시장 주도권이 더욱 확고해지게 됐다. 또 키몬다의 공급능력이 약화됨에 따라 세계 반도체 시장의 공급과잉 해소에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스택 방식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는 유리한 셈이다.
그러나 이를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장기적으로는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스택 방식은 트렌치 방식에 비해 미세회로공정 전환이 상대적으로 쉽다. 난야는 스택 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종래의 단점을 보완하게 됐다. 결국 미국ㆍ일본의 기술력과 대만 업체의 생산능력이 결합돼 한층 강해진 경쟁자가 등장하는 것이다.
앞으로 치열해질 경쟁에 우리 업체도 적기투자와 수요선 확대 등으로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특검 수사에 발목이 잡혀 주요 경영진의 출국금지, 인사와 투자 지연 등 경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우리 경제의 효자인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이 흔들릴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