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부중앙청사 화재는 기강해이 탓

또 불이 났다. 21일 대한민국의 심장부인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 불이 난 것은 정권 말기에 공직사회의 기강이 해이해졌음을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고 하지만 국보 1호인 숭례문을 불태워 잃은 지 11일 만에 발생한 이번 화재로 국민들은 또다시 큰 충격을 받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화재원인을 규명하고 관계자를 엄중 문책하는 등 정권교체기에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숭례문이 화재로 손실됐을 때 국민은 ‘문화 한국’의 자존심이 불탔다고 가슴 아파하고 부끄럽게 여겼다. 정부중앙청사의 화재는 나라살림을 담당하는 중추신경이 불탄 것으로 이 또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숭례문 화재 때 모두 ‘숭례문을 기억하자’며 교훈을 살려나갈 것을 다짐했지만 말뿐이었음이 드러났다. 더욱이 정부종합청사에는 소방방재청까지 입주해 있는데 불이 났으니 더 이상 할 말이 없게 됐다. 태안 원유유출과 숭례문ㆍ정부중앙청사 화재로 이어진 일련의 사건은 정권 말기에 나타날 수 있는 전형적인 사고다. 이런 때일수록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아야 하는데 모두 나사가 풀렸다. 특히 공직사회는 새 정부가 작은 정부를 표방하며 부처 통폐합을 단행한 후 거의 일손을 놓고 눈치를 보고 있다. 이런 상황이 빨리 개선되지 않으면 정부중앙청사 화재보다 더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국민은 현재 불안하기만 하다. 국내외 경제상황은 유가 배럴당 100달러 시대가 현실화되는 등 날로 악화되는데 어처구니없는 화재사건까지 연이어 발생하자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참여정부는 임기인 오는 24일 자정까지 맡은 바 책무를 다해야 한다. 새 정부는 어수선한 공직사회를 안정시키는 조치를 서둘러 취하지 않으면 출발부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공직사회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리면 새 정부의 국정 제1목표인 경제 살리기도 어려워지고 국민의 불안도 가중될 뿐이다. 이처럼 사건이 연속적으로 발생하자 휴전선은 과연 안전한지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어수선하고 불안한 정권 말기 증후군을 해소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점을 숭례문과 정부중앙청사 화재는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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