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의 조리사생활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저의 모든 것을 담은 한 권의 요리책을 내겠습니다”
지난 2월 간암말기 선고를 받고도 후배들을 위해 국내ㆍ외 요리와 음식문화를 담은 서적출판에 혼신을 다하고 있는 외식전문업체인 ㈜아워홈 홍갑진(57) 조리부장의 열정이 맺힌 일성이다.
홍 부장은 28일 “조리 경력 40년간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각국의 특색있는 음식들을 집대성한 출판물을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출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투병중에도 간간히 조리 등에 대한 메모를 계속하는 등 조리서적 출판에 대한 강한 의지와 자신감을 내보였다. 특히 홍 부장은 “투병전부터 해외ㆍ국내 서적을 탐구하는 등 연구에 몰두했다”며 “미천한 경력이지만 후배조리사들의 지침서도 되면서 주부들이 이 책을 보고, 닭요리 등을 쉽게 조리할 수 있는 책을 꼭 내겠다”고 역설했다.
지난 63년 대구 대안그릴에서 요리를 처음 시작, 올해로 40년째를 맞은 그는 “평생을 조리인으로 만족하며 살아온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강조했다. 실제 그는 “본인이 사망하면 무덤의 비석을 조리사모자로 만들어 달라”고 입버릇처럼 말할 정도로 조리인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홍부장은 지난 2000년 서울국제요리경연대회에서 대회준비위원장과 심사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또 10년을 책임자로 근무한 63시티 뷔페레스토랑에서 200여가지 음식을 동시에 차려지게 하는 등 전례없는 메뉴를 구성해 고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는 아직도 규모와 매출면에서 국내 최고다.
`프랑스전문요리 실용 메뉴`라는 책을 내 조리사세계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홍 부장은 “만학도인데다 퇴근 후 하루 20~30개의 프랑스 단어를 찾느라 근시현상이 생겨 안경을 착용했다”며 “고생은 많이 했으나 그 책이 현재까지 63시티 조리사들의 기본매뉴얼이 되고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지난 78년 신라호텔에 입사한 그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한식코스메뉴를 시작해 국내 모든 호텔이나 레스토랑에 정착시키는 계기를 만들었으며 국내외 귀빈행사나 중요모임 또는 연회에 음식을 잘하는 요리사로 정ㆍ재계의 유명인사들에게 정평이 나있었던 원로 요리전문가다.
<양정록기자 jry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