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10년 만의 권력교체가 이뤄지는 다음달의 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목전에 두고 5세대 최고 지도자인 시 부주석의 돌연스러운 잠적은 그의 와병설을 넘어 베일에 싸인 중국 정치의 특성상 물밑계파 간 권력투쟁의 여파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마당에 안정적인 권력교체가 물 건너갈 경우 중국 경제는 물론 세계경제도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홍콩 빈과일보는 이와 관련, 11일 최근 베이징 정가에서 차기 지도부가 바뀌는 '플랜B' 설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예정된 구도는 시 부주석이 후진타오 주석의 뒤를 잇고 리커창 부총리가 원자바오 총리의 뒤를 잇는 것이다. 하지만 플랜B는 리 부총리가 공산당 총서기직을 맡고 왕치산 부총리가 총리직에 오른다는 것이다. 총서기는 후 주석을 포함한 역대 최고 지도자들이 겸했던 공산당의 1인자 자리로 리 부총리가 시 부주석 대신 총서기를 자리를 맡는다는 것은 최고 권력구도가 확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빈과일보는 시 부주석이 중풍이나 정신적인 문제를 포함해 중병을 앓고 있다는 설과 그가 지도부 내의 권력투쟁 압력을 견디지 못해 사직했다는 설도 돌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오는 21일 광시성 난닝에서 열리는 제9회 중국∙아세안 엑스포에 시 부주석이 참석하기로 돼 있다면서 이 행사에도 시 부주석이 불참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시 부주석이 운동을 하다 다쳤을 가능성을 재차 제기했다.
시 부주석은 지난 1일 베이징 중앙당교 개교식에 참석한 후 열흘 남짓 일절 공식행사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5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의 면담을 취소한 데 이어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헬레 토르닝슈미트 덴마크 총리와 만남도 취소했다.
중국 당국은 시 부주석의 이상설이 확산되자 10일로 예정된 헬레 총리와의 만남은 예정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지난주 후반 밝혔으나 이마저도 취소되면서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이에 대해 정례 브리핑에서 "시 부주석의 외부 활동계획이 있으면 그때 여러분에게 알리겠다"고 답할 뿐 소문의 진위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들은 현재로서는 시 부주석이 사고나 병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지 아니면 오는 10월 18차 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간 권력투쟁 여파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차기 지도자로 낙점된 시 부주석의 최근 정황이 후 주석이 이끄는 공청단파, 장쩌민 전 주석이 이끄는 상하이방, 혁명 원로 및 고위 간부의 자제를 칭하는 태자당파 간에 차기 지도부 지분을 놓고 대립하는 가운데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정치 리스크에다 중국 경기는 7분기 연속 바닥을 모르는 하강 국면을 지속해 가면서 중국의 민심은 뒤숭숭해지고 있다. 당초 2∙4분기 성장률 7.6%를 저점으로 상승 국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수출 부진에다 내수경기마저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아직 중국 경기는 어디가 저점인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