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인의 인수합병(M&A) 제한 조치, 이른바 한국판 ‘엑슨 플로리오법’ 관련 조항이 지금보다 강화되고 내용이 좀 더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4일 “외국인 M&A를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을 담은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의원입법)에 대한 국회 산업자원위원회의 법안 소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이 내용을 법이 아닌 시행령으로 담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회와 정부는 M&A 제한 대상을 국가안보와 관련된 분야로 한정한다는 데 의견접근을 보고 있다.
애초 서갑원 의원(대통합민주신당)이 대표 발의한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은 산자부 장관이 외국인 투자가 국가의 본질적 안보이익에 중대한 위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외국인투자위원회가 이를 심사하도록 요청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시정 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안보와 관련된 경우에는 현행법에도 이미 산자부 장관이 주무 장관과 협의해 투자를 제한할 수 있는 근거가 있고 이외에도 88개 방위사업체에 대한 투자가 제한되며 외투법과 개별 법령에 28개 업종에 대한 투자가 제한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는 국가안보 관련 기업의 M&A 방어장치가 있는 상태에서 법률로 외국인 투자 규제를 또 도입하면 불필요한 국제적 논란만 일으킬 수 있어 법률 개정에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
외국인 M&A에 대한 규제를 시행령으로 도입하는 절충안이 제시됨에 따라 법률이 개정되든, 시행령으로 도입되든 현재보다는 규제가 다소 강화되고 추상적인 내용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산자부 관계자는 “그간 한국판 엑슨 플로리오법 도입 필요성을 제기해온 업계에서도 시행령 형식의 규제에 반대하지 않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국회는 오는 12일 다시 회의를 열어 법령의 형식을 결정하고 문구를 정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