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SK의 `부당내부거래와 분식회계` 수사로 주목을 받았던 서울지검 금융조사부(이하 금조부)가 기업형 `주가조작 꾼`에게 저승사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금조부는 관련 첩보를 다각적으로 입수, 거짓 매매를 통한 주가조작은 물론 M&A를 가장한 굵직한 주가사기 등에 대해 철퇴를 가하고 있다. 이인규 금조부장은 "최근 증시가 살아나면서 주가조작도 점차 기업형 구조로 교묘해지고 있다"며 "M&A(기업 인수ㆍ합병)과정에서의 주가조작이나 CRC(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의 복마전 행태를 집중적으로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지검 7층 금융조사부내 금융증권분석실. 기업 공시사항과 증권 관련 사이트를 체크하고 각 종목의 이상징후를 감시하는 김모씨(35ㆍ금감원 조사역)의 눈빛이 반짝인다.
A사의 주식 거래량이 갑작스럽게 급격히 늘어나자 `낌새를 맡고`바로 관찰에 착수한 것. 통정매매(서로 짜고 사고 팔기)나 허수주문(매매 의사 없이 물량을 확보한 뒤 취소해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것)의 냄새가 짙다고 판단, A사 주식이 어느 증권사 지점과 계좌에서 집중 거래됐는지 살폈다. 이어 금조부 차원에서 법원에 영장을 청구해 증권업협회로부터 넘겨 받은 관련 계좌를 정밀 분석에 돌입한다.
남은 일은 꾼들을 잡는 일. 전국적으로 수십 개의 증권계좌를 터놓고 거래하는 꾼들을 잡기 위해서는 IP(인터넷 주소)파악이 필수다. 하지만 꾼들은 장소를 옮겨 다니는 경우가 많아 신병 확보가 쉽지 않다.
수사관인 이모씨(39)는 "핸드 폰 위치 추적을 요긴하게 활용하지만 꾼들이 핸드폰을 꺼놨다가 잠깐씩 만 사용해 소재 파악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김 조사역은 "주가조작 수사는 내부 직원들이나 피해자들의 제보에 따라 이뤄지는 경우가 많지만 이처럼 자체적인 감시망을 통해 적발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금조부는 두달여에 걸친 내사 끝에 최근 서울 상도동 모 쪽방 사무실 3곳에 컴퓨터 13대를 설치하고 주가조작을 일삼던 김모씨(49) 일당을 현장에서 체포, 구속했다.
과거 수차 주가조작으로 사법처리 됐던 그는 또 다시 수십 개의 증권계좌를 터놓고 지난 2월부터 코스닥회사인 D사의 주식(거래량이 적어 타깃으로 삼음)을 통정매매나 허수주문 수법으로 주가를 3배나 끌어올렸다.
금조부는 한두달 간격으로 범행장소를 옮기고 인터넷 회선도 자주 바꾼 그를 끝끝내 IP와 핸드폰 추적으로 붙잡아 `주가조작 사범은 반드시 잡고야 만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꾼`들에게 전달했다.
이 같은 거짓매매를 통한 주가조작 검거 외에도 금조부는 벤처기업의 M&A 과정에서 회삿돈 빼돌리기와 주가조작, 부실기업 정상화라는 미명하에 이뤄지는 CRC의 주가조작 등 복마전 행태에 대해 집중 수사를 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차입금 등으로 상장기업인 B사를 인수한 뒤 146억여원의 회삿돈을 횡령하고 모 제지회사의 주가조작을 통해 6억원을 챙긴 최모씨(43ㆍ구속)다.
또한 현재 M&A 관련 비리 3건도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 이와 함께 주금 가장납입으로 CRC를 만든 뒤 구조조정 대상기업인 S사(화의기업) 대표 및 증권사 지점장과 짜고 S사 주식에 대해 주가조작을 한 IBCS캐피탈㈜ 소유주 안모씨(53)를 구속기소한데 이어 CRC 3-4곳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중이다.
<고광본 기자 kbg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