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 노후준비와 복리의 마술
오철수 csoh@sed.co.kr
복리의 위력을 설명하기 위해 자주 인용되는 사례가 하나 있다. 초기 미국 이민자들과 인디언의 거래 이야기다. 1626년 당시 미국 이민자들이 맨해튼 섬을 사면서 인디언들에게 지급한 돈은 고작 24달러였다고 한다.
이들이 맨해튼 땅과 24달러를 오늘날까지 보유했다고 가정했을 때 이 거래는 과연 누구에게 유리했을까. 언뜻 보면 미국 이민자들이 횡재를 한 것으로 보인다. 맨해튼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금싸라기 땅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를 제대로 아는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다. 전설적인 투자자 피터 린치는 당시 인디언들이 받은 돈을 연 8% 복리로 투자했을 경우 360여년이 지난 89년에는 그 가치가 32조달러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이는 맨해튼과 로스앤젤레스를 두번 사고도 남는 돈이라는 것이다.
복리의 위력은 이처럼 엄청난 것이다. 우리가 복리의 마술에 새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데다 직장인들의 조기 퇴직이 일상화되면서 노후 준비를 하는 시기가 과거에 비해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저금리가 고착화하면서 은행 예금으로는 자산 증식이 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현재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4%대에 불과한데 여기서 세금과 물가상승률을 빼고 나면 실질 수익률은 마이너스다. 그렇다고 부동산 위주로 노후 대비를 한다는 것도 고령화에 따른 부동산 수요 감소를 감안하면 위험 부담이 크다.
이런 면에서 적립식 투자 펀드에 눈을 돌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적립식 펀드는 지난해와 같은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연평균 10%대의 안정적인 수익을 목표로 한다면 훌륭한 노후 자금 마련 수단이 될 수 있다.
투자 마인드가 부족한 사람들은 “10% 수익 얻으려고 주식하냐”는 말을 하지만 과거 투자수익이 재투자돼 또 다른 수익을 낳는 복리 효과를 감안하면 적립식 펀드는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노후 자금 마련에 안성맞춤이다.
간접투자문화가 정착되면서 우리 증시는 과거와 같이 급등락이 연출되는 장보다는 조금씩, 꾸준히 오르는 성숙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큰 욕심내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노후 대비를 하고 싶다면 적립식 펀드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입력시간 : 2006/04/12 1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