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코스피지수가 외국인의 1조원에 가까운 폭풍매도로 연중 최저치까지 급락하자 국내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들이 내린 분석 포인트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1.5% 하락하며 올해 들어 강력한 지지선 역할을 했던 1,900선이 무너져 큰 타격을 받았다. 이날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까지 겹치면서 장 막판에 2,600억원의 대규모 폭탄물량까지 나와 하락폭을 더 키웠다. 국내 증시는 지난주부터 외국계 증권사의 '삼성전자 때리기'에 따른 외국인의 매도세로 조정을 받았다. 코스피지수는 이달 들어서만 100포인트 하락하면서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시총 1,100조원이 무너지며 1,093조원으로 줄었고 삼성전자 역시 이날 2%대 하락세로 시총이 199조원으로 줄어 7개월 만에 200조원이 붕괴됐다.
그동안 시장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비중이 워낙 큰 탓에 증시 하락의 원인을 삼성전자의 이익둔화 리스크에서 찾았다. 하지만 외국인이 이날 또 한번 대규모 매도에 나서면서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드러났다. 삼성전자를 넘어 글로벌 유동성 장세의 마무리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의 증시 조정은 삼성전자의 개별적 문제를 넘어선 것으로 글로벌 펀드들이 출구전략 우려로 이머징마켓에서 돈을 빼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지난달 23일 일본이 7% 넘게 폭락한 것을 기점으로 유동성 장세에 1차 브레이크가 걸렸고 이후 글로벌 증시의 하락은 결국 유동성 국면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증거"라고 진단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이날(-9,400억원)을 포함해 최근 5거래일 동안 무려 3조2,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는 지난 2011년 8월 초 유럽의 재정위기가 부각되면서 6거래일 동안 4조원 넘게 팔아치운 후 가장 강력한 '셀(sell) 코리아'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증시가 그동안 돈의 힘으로 올랐는데 미국의 양적완화 후퇴 우려에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유동성 장세가 끝나면 조정이 나오는 과도기 국면을 거쳐 실적 장세로 접어드는데 현재 변화의 구간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당분간 국내 증시는 조정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1차적으로는 코스피의 청산가치를 나타내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인 1,850선이 지지선이다. 하지만 일부는 장기 박스권 하단인 1,800선 이하로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이 센터장은 "유동성 축소가 본격화되면 장기 박스권을 한번쯤은 이탈할 수 있다"며 "당분간은 주식의 비중을 줄이되 고점 대비 하락폭이 큰 일부 대형주에 대해 선별적 투자에 나서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유동성 축소에 대한 시장의 지나친 우려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출국전략에 따른 유동성 둔화는 냉정하게 봐야 한다"며 "현재 미국의 경기지표가 기대만큼 좋지 않게 나오고 있고 자본시장이 이미 조정을 받고 있어 오히려 출국전략이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머징 증시가 극단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낮아 지나치게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다"며 "현재 급하게 주식 비중을 줄여야 할 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