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씨티그룹, 꼬리문 부실로 '막다른 골목' 몰려

■ 씨티그룹 매각할듯<br>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유력 인수자 꼽혀<br>해외투자자들 움직임도 초미 관심사 부각


주가 폭락에서 볼 수 있듯 ‘글로벌 금융자본의 상징’인 미국계 대형 상업은행 씨티그룹이 꼬리를 문 부실열차에 밀려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린 모습이다.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씨티그룹의 주가는 20일(현지시간) 26.4% 하락, 주당 4.71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씨티그룹이 뉴욕증시에 상장된 지 15년 만에 최저치다. 주가 폭락은 투자자들의 잃어버린 신뢰를 반영한다. 지난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 이후 씨티그룹은 간신히 좌초를 면했으나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이탈로 파산이냐, 매각이냐를 결정해야 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씨티그룹의 최대 개인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왈리드 왕자는 19일 성명을 통해 보유지분을 현재 4%에서 5%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지만 투자자들은 별다른 호응을 보이지 않았다. 씨티그룹의 부실규모가 워낙 커서 그 내막을 알 수 없는데다 시간이 갈수록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내년도 씨티그룹의 손실이 신용카드 부문과 신흥시장국가 등에서 약 2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있을 긴급이사회에서 매각이 결정되면 씨티그룹은 일괄매각 혹은 부분매각 방식 중 하나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부분매각으로는 계열사인 스미스바니증권과 신용카드사업부 등을 분할매각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전체 매각시 유력 인수자로는 월가의 대표적인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가 꼽히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경우 씨티의 현 최고경영자인 비크람 팬디트가 오랜 기간 경력을 쌓은 곳으로 현재도 모건 CEO인 존 맥과 가까운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모건과 씨티는 9월 합병에 대해 논의한 적도 있다. 모건스탠리 주가가 폭락해 있던 당시에는 모건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씨티 내부자들은 “모건은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며 씨티와 인수에 대해 얘기한 바 없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씨티 전체보다는 일부를 인수하는 데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 인수시 떠안아야 할 부채가 매우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해외 투자자들의 씨티 인수 움직임도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씨티그룹은 회사 인수와 관련, “우리는 강력한 자본과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 외에 그 어떤 공식적인 논평도 내놓지 않고 있다. 씨티그룹의 매각에 중요한 변수가 될 미 재무부도 씨티의 파산보다는 매각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약 250억달러를 수혈한 정부 입장에서 매각이 파산보다는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훨씬 더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이 금융위기의 해법을 잘못 제시한 예라며 두고두고 미 재무당국을 괴롭혀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각이 선호되는 이유는 더욱 분명해진다. 그러나 일부 시장 관계자들은 미 재무부가 매각을 종용하기 전에 씨티그룹에 더 많은 구제금융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전세계 106개국에 진출해 있는 씨티그룹의 글로벌 위상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씨티그룹의 고객계좌 수는 현재 2억개에 달하고 자산규모도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이어 두번째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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