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경제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오랜 경기침체의 늪에서 서서히 빠져나오며 중국과 일본 기업들이 인수합병(M&A)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글로벌 경기회복 ▲저금리 ▲막대한 현금보유라는 3박자를 타고 신성장동력 확보와 사업확장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1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의 10억달러가 넘는 메가딜은 올 들어 8건이나 되며 총금액도 474억7,000만달러에 이른다. 10일 월스리트저널(WSJ)은 중국 휴대폰 제조업체 레노버가 대만 HTC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5월 중국 육가공 업체 솽후이는 세계 최대 업체인 미국의 스미스필드푸드를 71억달러에 사들이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외에 중국석유가스공사(CNPC)가 4월 이탈리아 국영 석유기업이 보유한 모잠비크 가스전 지분 20%를 42억달러(약 4조6,000억원)에 인수하며 아프리카 자원개발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석유화학집단공사(시노펙)은 미국 석유탐사 기업 아파치의 이집트 원유와 가스 사업 지분 33%를 31억달러를 들여 인수하기로 했다고 8월 발표하기도 했다.
일본 기업 역시 M&A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의 10억달러 이상 메가딜만도 올 들어 7건에 달한다. 이 중 4건이 해외기업 인수다. 총금액 규모는 348억8,000만달러(511건)다. 일본은 금융회사들의 유럽과 아시아 국가 금융기업 인수가 두드러진다. 일본 오릭스는 네덜란드의 로베코그룹 지분 90%를 사들였으며 미쓰비시도쿄파이낸셜도 7월 아유타야은행을 인수했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 기업을 사냥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최근 일본 기업 도레이가 지분 100%를 보유한 도레이첨단소재는 웅진케미칼 인수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으며 오릭스저축은행도 스마일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가 됐다.
중국과 일본 기업들이 M&A에 열을 올리는 것은 미국의 셧다운(정부 폐쇄),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에도 글로벌 경기가 장기적으로는 회복될 것으로 보이고 지금이 글로벌 저금리 기조를 활용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데다 그동안 쌓아온 현금도 막대하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소극적 M&A 행보를 보여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 들어 한국의 10억달러 이상 메가딜은 MBK가 16억달러를 들여 IMG생명을 인수한 것이 유일했으며 총 M&A 규모도 99억5,000만달러(110건)로 중국의 4분의1, 일본의 3분의1에도 못 미쳤다.
전문가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공격적으로 진행했던 M&A가 실패했던 아픈 기억이 남아 있고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기업활동이 위축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홍득기 EY한영 재무자문본부 전무는 "그나마 한국 중견기업들이 최근 들어 해외기업 인수에 적극적인 편이지만 대형 딜을 주도할 역량 있는 대기업들은 금융위기 이후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며 M&A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