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중경회 중간평가] 이론과 현실의 벽 너무 높았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벽은 예상보다 높았다』김대중(金大中)대통령 취임 이후 경제분야 전문 씽크탱크로 급부상한 중경회(中經會)의 중간평가 결과는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된다. 경제학자로서 최고통치자에 대한 참모 역할은 충실히 해냈지만 정책 현장에서 이론과 현실을 접목시키는 데는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다. 중경회에 대한 이같은 평가는 최근 개각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김태동(金泰東)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전 서울시립대교수)과 신봉호(申鳳浩) 비서관(전 홍익대교수)이 각각 자리에서 물러난데 이어 윤원배(尹源培) 금감위 부위원장(전 숙명여대교수)이 전격 경질됐다. 또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내각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진순(李鎭淳) 한국개발연구원장(전 숭실대교수)과 이선 산업연구원장의 입각이 놀랍게도 불발에 그쳤다. 정권 초반 대거 입각이 예고됐던 중경회 멤버들은 이번 2차내각 출범을 계기로 정책일선에서 한발씩 물러나게 된 처지다. 현재 남아있는 중경회 멤버로는 장현준(張鉉俊) 에너지경제연구원장, 김효석(金孝錫)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양병무(梁炳武) 경총산하 노동경제연구원 부원장, 김정수(金井洙) 국민회의 정책위 제2조정실장, 신용균(申容均)현대투자증권 기획본부장이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국책연구기관, 경제단체, 정당 등에서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집행기구에서 활약하지는 않고 있다. 그렇다면 새정부 출범과 함께 정책일선에서 자신의 이상을 펼치고자 했던 중경회 멤버들이 불과 1년 반을 못 넘겨 정책현장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은 무슨 이유때문일까. 이들과 접촉해본 인사들은 대부분 『중경회멤버들이 재야 성향이 강해 공무원 조직과의 융화에 실패했다』는 점을 우선 꼽고 있다. 학자출신인만큼 집행 단계의 전문성이 부족한 데다 공무원 조직을 포용하면서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는 정치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한 중경회 멤버는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석이듯이 공무원 조직을 지나치게 적대시한 것이 정책일선에 나갔던 중경회원들의 실책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정권이 바뀌더라도 지나치게 일찍 공조직으로 진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대통령의 경제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정책부서로 나가 뿌리를 내리려면 어느정도의 사전 준비기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물론 공무원들이 중경회 출신을 「굴러온 돌」정도로 파악, 결정 과정에서 배제시키는 등 이들을 따돌린 것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金 전 정책기획수석은 강봉균(康奉均) 전 경제수석을 지나치게 의식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尹 전 부위원장도 조직에 동화되기 위해 상당히 노력을 기울였으나 이헌재(李憲宰)위원장의 위력에 가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여기에 정책결정과정에서 성숙되지 않은 사항들을 개인적인 소신으로 미리 앞서 내세운 점도 이들의 실패요인으로 꼽힌다. 尹 전부위원장의 경우 3월 국정개혁 보고자리에서 기존 금감위 입장과는 달리 구조조정 자금이 남을 수 있다고 답변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그렇다고 이들이 앞으로도 철저히 정책일선에서 배제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관측이 많다. 또 다른 중경회 멤버는 『尹부위원장의 경질은 상당히 의외였다』며 『그렇지만 조직과 융화하지 못해서라기 보다는 인사등 조직내부의 문제에 따른 것』이라고 해석, 앞으로 다른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경회는 97년 하반기 15대 대선과정에서 당시 김대중(金大中) 후보의 경제철학을 정책공약으로 만들기 위해 각 분야에서 모인 10여명의 경제학자들로 구성된 정책자문팀. 중경회라는 이름은 대선후 이 팀이 별도 모임으로 구성되면서 김대중대통령의 중(中)자와 경제를 뜻하는 경(經)자를 합해 붙여졌다. / 이종석 기자 JSLEE@ 온종훈 기자 JHO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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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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