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5월 13일] 외국인 투자환경이 경쟁력

외국인 투자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경쟁력 강화는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우선 정책 목표로 강조돼왔다. 현 정부 들어서는 종전과 달리 세제ㆍ현금지원 등 직접적인 지원 확대뿐만 아니라 투자환경의 근본적인 개선으로 가시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고자 노력하고 있어 외국인 투자유치 업무가 본업인 필자에게는 매우 고무적이다. 투자환경 개선의 필요성은 실제 투자유치 활동의 현장에서 수시로 부각된다. 미국의 P사는 2007년 포천지 선정 ‘가장 존경받는 기업 1위’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에도 등재된 기업. 한국에 30억달러 규모의 복합 물류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유한회사를 설립했다. 그런데 법인 등기 때 외국인 법인장의 전과조회서 제출이 예상치 않았던 걸림돌로 등장했다. 특히 미 연방수사국(FBI) 전과조회에 통상 1년 이상이 소요되는 미국 기업으로서는 법인 등기를 1년 이상 지연시켜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다행히 P사의 자체 인사검증기능을 신뢰한 국토해양부 등 관계 부처의 신속한 협조로 투자를 무난히 성사시킬 수 있었다. 투기성 자본과 외국인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현행법이 탄력적으로 적용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 사례였다. 규제와 인허가에 발목이 잡히는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외국기업창업지원연구센터(IKPㆍ외국인 투자가를 위한 인큐베이션 시설)에 입주해 있는 A사는 경상북도에 풍력발전소를 설립하려는 목적으로 국내에 진출했다. 세계 시장점유율 3위 업체인 A사는 기술이전뿐만 아니라 고용창출에도 큰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프로젝트를 추진하던 중 사업예정 지역에 풍력시설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부딪히게 됐다. 산지관리법에는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위한 산지전용을 허가하고 있으나 시행령 및 시행규칙, 산림청 고시에는 그런 내용이 없었던 것이다. 비록 인베스트코리아(IK)와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산림청의 협조를 얻어 산지전용 문제를 해결하고 1억3,000달러 이상의 투자유치를 이끌어냈지만 대체에너지 분야의 중요 투자가를 중국ㆍ인도 등으로 빼앗길 뻔했던 아찔한 기억은 지울 수 없다. 투자환경 개선은 쉽게 말해 외국기업의 한국 내 기업활동 여건과 생활수준을 글로벌 표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한국에 투자한 외국기업들을 만나보면 그들의 요구사항은 의외로 단순하다. 하나같이 ‘규제완화’와 ‘정부 행정의 일관성’, ‘기초환경 개선’ 등을 꼽는다. 외국기업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복잡한 인센티브 제도와 경제정책을 새로 고안하는 것이 아니라 간단하지만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년 전 국내 외국인 투자가들이 신용카드 발급에 어려움을 토로했던 생생한 기억이 있다. 카드발급 신청 때 연대보증을 요구하거나 담당자의 외국어 능력 취약으로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카드를 만들기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IK는 당시 외환은행과 엑스패트(EXPAT)라는 외국인 투자가 전용카드를 만들어 그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해주기도 했다. 작지만 영향은 큰 ‘기초환경 개선’에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2006년 말 기준으로 외국인투자기업의 총매출액은 186조원. 국내 전체 매출액의 11.0%를 차지한다. 외국기업이 창출한 고용인원도 38만7,000명으로 국내 전체 기업 고용인원의 3.9%에 달해 해를 거듭할수록 외국인투자가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외국기업이 체감하는 한국의 투자매력도도 우리의 기대만큼 높아졌다고 볼 수는 없다. 두바이ㆍ싱가포르ㆍ홍콩 등 외국인 투자가들이 선호하는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완전개방을 표방하고 기업경영과 외국인 생활에 선도적인 환경을 갖추고 있다. 무한경쟁 시대에 처한 우리로서는 외국인투자 유치확대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투자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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