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기업가 정신' 되찾자

최근 들어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사회적 이슈가 돼가고 있다. 실제로 많은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어서 기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M&A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공격자 차원에서는 기존 영위업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신사업 진출시 기존기업 인수가 더 유리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방어자 차원에서도 M&A에 대한 경계심을 높여 기업체질을 개선하고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게 되는 효과도 있다. 또 국가 경제적 차원에서 볼 때 M&A로 인해 ‘1+1=3’의 공식이 성립할 정도로 큰 시너지가 발생해 경제에도 이익이 되고 주식ㆍ채권시장에도 기여하는 경우도 있다. M&A로 쉽게 돈벌려는 기업 늘어 그러나 요즘의 M&A는 머니게임의 성격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국기업들을 중심으로 국내 알짜기업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가 일반적이더니 이제는 한국기업들도 그와 같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편으로는 외국기업의 적대적 M&A를 비판하고 경영권 방어장치를 만들어 달라고 아우성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쉽게 손에 넣을 만한 기업을 찾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신규로 사업을 일으키려는 의지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기업 경영이 머니게임으로 흐르게 될 경우 적대적 M&A는 시너지 효과보다는 폐해가 더 커지게 마련이다. 해당기업의 경영에 대해서는 잘 모른 채 단순히 알짜기업이라고 인수했다가 부실화시키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합병시 기업 문화통합을 제대로 못해서 경영악화를 초래하는 경우도 많다. 인수 과정에서 과도한 차입을 일으켜 도산되는 경우도 있다. 머니게임에 입각해 단견적으로 운영하여 기업 가치가 파괴되고 경제적ㆍ사회적 비용을 유발시키는 경우도 있다. 머니게임의 결정적 폐해는 다른 그 무엇보다도 기업들의 신규 투자를 저해한다는 점이다. 신규 투자는 자고로 많은 사업 위험을 초래하게 된다. 많은 돈을 투자하면서 성공할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따라서 사업 성공에 따른 보상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신규 투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고, 자금을 조달하고, 온갖 난관을 극복해서 기업을 일구어놓으면, 적대적 M&A의 먹잇감이 되어버리는 사회에서 누가 투자를 할 것인가. 반면에 머니게임은 불확실성이 적다. 이미 다른 사람이 그 많은 위험을 감내하고 성공시켜놓은 사업을 인수하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한데 적대적 M&A를 하지 뭐 하러 투자에 나서겠는가. 어느 순간부터 한국 기업에는 불굴의 기업가 정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대규모 신사업 투자는 극소수의 기업에서만 들어볼 수 있는 전설 같은 이야기이다. 지난 20세기 경제개발 시대의 우리 기업들에서 볼 수 있었던 정신, ‘기업인은 사업을 통하여 국가에 보답한다’는 사업보국(事業報國)의 정신은 백두산 호랑이처럼 남한에서는 이미 멸종된 지 오래다. 물론 머니게임이 판을 치도록 환경을 조성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우리 기업에는 혹독하면서도 외국 기업에는 너그러운 기업 관련 제도도 문제가 있다. 기업가라고 하면 무조건 백안시하고 나쁜 사람으로 매도해버리는 국민들, 더 나아가서는 사회적 분위기도 책임이 있다. 새 사업 투자·개척 의지가 중요 그러나 남의 기업을 인수해서 손쉽게 덩치를 키우려고 하는 기업들이 더 문제이다. 기업가 정신은 어디로 사라지고 편하게 돈을 버는 데만 관심인지 통탄할 일이다. 가슴 한구석에는 항상 ‘사업보국’의 큰 뜻을 품고 전세계 시장을 상대로 활동을 펼쳐 내 손으로 사업을 일궈내는 이 시대의 진정한 거인(巨人)이 나타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과거 우리의 선대 기업인들이 한국 경제를 이끌어왔던 것처럼.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