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투신 '빅뱅' 막올랐다 (下)] 국내업체 "진화냐 도태냐" 갈림길
자본시장 한단계 업그레이드에 기여 불구수익성 앞세운 경쟁논리는 많은 부작용도선진금융기법·서비스마인드 적극 수용을
(上) 자산운용 경쟁격화 중소社 도태예고
(中) 벼랑 끝 생존경쟁
‘도전과 응전, 진화냐 도태냐.’
주식시장과 자산운용시장에 외국계 자본이 몰려오면서 국내 업체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자본력이라는 튼튼한 갑옷에 투명성이라는 방패와 선진 금융기법이라는 창을 들고 코 앞에 바짝 다가와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계 자본의 시장진출이 자본시장과 업계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도 “수익성을 앞세운 경쟁논리로 인력 구조조정을 과도하게 펼치고 자본시장 논리라는 명분으로 외국계 자본의 이익을 강요하는 부작용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외국계, 시장의 절반 차지=
외국인투자가의 주식보유 비중은 지난 97년 14%에서 7년 만에 세 배가 많은 42%로 높아졌다. 자산운용시장에서 외국계의 수탁액 비중은 대한투자증권이 PCA로 넘어가는 순간 절반에 육박하는 49%로 증가한다.
외국계 자본이 직접투자시장은 물론 간접투자시장에서도 국내 자본과 동등한 위치에 서게 됐다. 국내 시장은 이미 글로벌시장으로 바뀐 셈이다.
◇도전과 응전=
외국계의 진출로 자산운용업계에는 많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우선 국내사들은 외국계의 가장 큰 장점인 위험관리와 자산운용을 보고 배우고 경쟁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인우 하나알리안츠투신운용 상무는 “외국계는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위험관리능력이 탁월하다”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개발과 분산투자기법도 장점 중 하나”라고 꼽았다.
수수료 덤핑 관행과 소형 펀드를 많이 만드는 관행에는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면욱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 상무는 “외국사의 진입으로 경쟁은 심해지겠지만 수수료 덤핑 경쟁 관행은 오히려 완화될 것”이라며 “외국사들은 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기 때문에 일정 수수료 이하에서는 운용을 맡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100억~200억원 등 소규모 펀드를 여러 개 만드는 것보다 주력 펀드의 수익률을 좋게 만들어 펀드를 대형화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진화냐 도태냐=
외국계가 이끌고 나가는 변화에 국내 업체들이 어떻게 적응하고 앞서 나가느냐에 따라 생존이 갈릴 전망이다. 생존을 위한 중ㆍ소형사간의 합종연횡도 많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박윤수 L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선진 금융기법에 공신력과 서비스 마인드까지 갖춘 외국계의 등장은 국내사에 신선한 충격을 줄 것”이라며 “경쟁력이 약한 중소형사는 회사 문을 닫거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합종연횡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승호기자 derrida@sed.co.kr
입력시간 : 2004-07-16 1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