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가진 자의 겸손을 바라면서

이런 현상이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벗어난 것을 입증하고, 생활수준이 그만큼 향상된 것을 나타낸다면 더 이상 반가운 일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자치단체장으로서 수십만 주민의 삶을 살피다 보면 「이건 아닌데…」하는 생각이 든다.하루에 4,000~5,000명씩 일하는 공공근로사업만 해도 서로 하지 못해서 줄을 서고, 길거리에는 등굽은 노인네들이 보따리에 야채 몇가지 늘어놓고 하루 종일 몇 푼을 벌기 위해 햇빛에 그을리며 찌든 손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노인잔치를 한다하면 계획인원보다 2~3배씩 몰려 오는가 하면, 우리구 관내 3개의 무료급식소에는 IMF 위기 이후 노인과 실직자들이 여전히 늘고 있다. 또 성북구 관내 노숙자들을 위한 희망의 쉼터 10개소가 그대로 남아 있고 각종 사회복지시설에는 모자가정·부랑인·무의탁노인·장애인·소년소녀가장·결식아동 등이 늘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도시의 빈부격차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 하겠지만 때로 가진 자들의 이기적 행태는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가진 자들이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주지는 못할 망정 무분별한 소비행태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오히려 그리 살림이 넉넉지 못한 분들이 사회의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행사를 여는 경우가 많고, 그같은 마음 따뜻한 분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양극화에 따른 삭막함을 잠시 잊게 된다. 국가적으로 고통을 분담하여 경제난국 극복을 위해 몸부림치는 이 시점에서 또다시 사회 일각에서 80년대식의 과소비 생활행태가 되살아나야 하는지 안타깝다. 가진 자들이 좀 더 겸손해지고 검소해지고 가난한 이웃과 실직자의 아픔을 이해하는 따뜻한 이웃애가 아쉬운 현실이다. 날로 계층간에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소외된 이웃과 마음의 벽을 허무는 따뜻함이 사회에 충만할 때 우리의 공동체적 질서와 지방자치가 한층 굳건하게 되고 또한 작금의 국가적 경제난국을 하루빨리 극복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陳英浩 성북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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