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이것이 대못 규제] 가격·인재 역차별 받는 토종로펌… 해외 진출커녕 안방마저 내줄 판

공공기관서 외국계 발주때 국내업체와 달리 수의계약

수임료 최소 2~3배 차이

고위공직자 재취업 금지… 외국계 로펌엔 적용 안해


지난 2012년 7월 국내 법조계는 법률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감해야 했다. 세계 3대 로펌(법무법인)으로 꼽히는 영국계 업체 클리포드챈스가 우리나라에 진출했다. 이 로펌의 연매출은 지난 한해에만도 약 2조2,073억원(12억7,100만 파운드)이었다. 우리나라 전체 법무법인 매출을 합쳐야 겨우 이 회사 한 곳에 필적할 정도다.

그 밖에도 미국계 선두 로펌인 DLA파이퍼인터내셔널·클리어리고트리브를 비롯해 쟁쟁한 외국계 로펌 10여곳이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한국·미국 및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의 여파로 개방한 우리나라 법률서비스 시장의 현황이다. 매출규모가 조원대에 육박하고 한곳당 수천명씩 변호사를 고용하고 있는 외국계 로펌들이 상륙함으로써 국내 토종 로펌들은 해외 진출은커녕 안방시장마저 내줄 판이다.


국내 최대 로펌조차 매출 7,000억원대, 변호사 수 500여명대 수준이어서 규모면에서도 외국계 거대 로펌들과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공정한 시장환경에서 경쟁해도 외국계 로펌에 힘이 부치는 형편인데 토종기업들은 되레 국내에서 역차별을 받아 두 번 우는 상황이다. 바로 가격 규제와 인재영입 규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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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가격 규제 역차별은 일종의 관행적 규제다. 공공기관들은 로펌들의 주요 고객으로 꼽히는데 토종 로펌들에는 수임단가를 후려치면서 해외 로펌들에는 곧이 곧대로 제값을 주고 자문을 받는다는 것이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공공기관 등이 법무 관련 사업을 발주할 때 국내 로펌들에는 꼭 경쟁입찰 방식으로 참여하도록 원칙을 정해놓아 국내 로펌들은 덤핑 수준으로 무한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하지만 공공기관들이 해외 로펌들에 발주할 때는 수의계약 형태로 하는 경우가 잦아 해당 로펌이 요구하는 대로 수임료를 지불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국내 로펌과 해외 로펌이 공공기관으로부터 받는 수임료 수준은 최소 2~3배나 차이가 난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가뜩이나 절대매출 규모에서 열세인 국내 로펌들은 앞으로 점점 더 외국계와 격차를 좁히기 힘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두번째 역차별은 강력한 인재영입 규제다. 현재 고위공무원들은 퇴임 이후 일정기간에 국내 대형 로펌, 회계법인 등에 재취업할 수 없다. 전관예우를 이용한 부패를 방지하자는 공직자윤리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 법의 취지가 좋기는 하지만 허점이 있어 도리어 남(외국계 로펌 등) 좋은 일만 시키고 있다. 정작 외국계 로펌 등에는 해당 규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탓이다.

이로 인해 양질의 고위공직자가 관을 떠나는 족족 외국계 로펌들의 헌팅 대상이 되고 있다고 관료들은 전했다. 법률 고객의 입장에서는 같은 값이면 전관예우의 후광효과로 승소 확률이 높은 외국계 로펌을 택할 수밖에 없어 국내 간판급 로펌들은 해외 진출은커녕 안방마저 내줄 판이다.

따라서 최소한 안방시장에서만이라도 국내 로펌들이 외국계와 공정한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하고 있다. 국내 로펌들에 적용하는 관행적·제도적 규제들이 외국계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도록 보완하든지 그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면 국내 로펌들에 역차별로 작용하는 규제를 일부 완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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