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불분명한 배당정책에 주가 예측 어려워

상장사 가이드라인 공개를

국내 상장사들의 배당정책이 명확하지 않아 투자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배당정책에 일관성이 없다 보니 매년 배당규모를 예상하기 어렵고 배당락 이후 주가 역시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반투자자는 물론 기관투자가마저 상장사의 배당금액이 어느 수준으로 결정될지 가늠하기 힘들어 투자전략을 짜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주주에게 배당정책 가이드라인을 공개한 국내 상장사는 단 한 곳도 없다. 고배당주 펀드를 운용하는 한 펀드매니저는 “해외의 경우 한 해 수익의 몇 퍼센트를 배당하겠다고 주주들에게 공개하지만 국내 상장사 중 이런 배당정책을 밝히는 곳은 거의 없다”며 “배당정책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배당락 이후 주가가 얼마나 떨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펀드매니저는 또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확정해 배당하겠다는 방침을 주주들에게 알린다면 주주들은 배당을 적게 하더라도 기업 가치 훼손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답답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최근 KT가 배당금을 2,000원으로 유지한다고 약속한 지 두 달 만에 800원으로 축소한 사례, 삼성전자가 1% 배당률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투자자들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T와 삼성전자의 사례처럼 한 해의 이익 규모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배당금이나 배당수익률을 확정한다는 것 자체가 황당한 일”이라면서 “순이익이 나든 안 나든 특정 금액을 배당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주주들의 혼란만 가중시키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관련기사



 이익이 발생하면 일부는 재투자하고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유보금도 남겨놓아야 해 배당금액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절대금액을 배당하겠다고 밝히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배당정책이 불분명하고 이사회나 오너의 의중에 따라 제멋대로 식 배당을 하는 업체에 대해 시장이 압박감을 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미국은 기업의 배당 정책이 불분명하거나 제대로 배당을 하지 않으면 이사회에서 자리 보전이 어려울 정도로 압박을 받는다”며 “우리나라도 신뢰성 없는 배당정책을 펼치는 업체에 대해 꾸준히 지적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송 연구원은 이어 “고성장기에는 당장 배당을 하지 않아도 주가가 올라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돌려줬지만 지금 같은 저성장기에 투자도 안 하면서 배당을 낮게 하면 신뢰를 잃어 정작 필요한 시기에 투자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