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7월 29일] '슬로시티의 교훈' 느림과 여유

우리는 여유로움보다 빠름과 신속함에 익숙하다. 또한 현대인들은 아날로그보다는 디지털, 유선보다는 무선ㆍ초고속인터넷 등을 더 선호한다. 마치 빛과 같이 빠른 속도전쟁 속에서 살아가는 셈이다. 하지만 전국이 초고속광통신망으로 연결된 정보기술(IT) 강국인 대한민국에서도 최근 '슬로시티(Slow City)'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슬로시티 운동은 '느림과 여유'의 가치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한다는 의미로 바쁜 도시생활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공해 없는 자연환경 속에서 지역의 먹을거리와 고유의 문화를 느끼며 인간다운 삶을 되찾자는 역발상의 신개념이다. 지난 1999년 이탈리아 중북부의 작은 마을 그레베인 키안티(Grevein Chiantti)에서 시작된 이래 현재까지 16개국 116개 도시가 슬로시티로 지정돼 있으며 국내에서는 2007년 말 아시아 최초로 전남 신안군 증도와 담양군 창평, 장흥군 유치ㆍ장평면, 완도군 청산도와 경남 하동군 악양면이 지정됐다. 슬로시티의 슬로건은 한가롭게 거닐기, 듣기, 권태롭기, 꿈꾸기, 기다리기, 마음의 고향 찾기, 글쓰기 등 무한속도 경쟁의 디지털 시대보다 여유로운 아날로그적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 같은 슬로건들은 빠름과 급속함에 익숙한 우리들에게는 다소 낯설고 어색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현대인들이 느림과 여유의 가치를 강조하는 슬로시티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업화 이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빠른 고도경제 성장을 이루며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우리들은 이러한 과정에서 삶의 여유는 잠시 뒤로 한 채 바쁜 일상에 쫓기고 근면하게 일에만 집중할 것을 강요 받으며 치열한 경쟁으로 내몰렸다. 하지만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사회전반에 걸친 급속함과 빠름의 문화와 사고는 결국 성과주의에만 몰두하는 안이함과 부실공사를 낳게 됐고 이로 인해 백화점과 다리가 붕괴되는 뼈아픈 아픔을 겪어야 했다. 이제 우리는 경제적ㆍ물질적 풍요만이 행복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고 삶의 '웰빙'을 위해 의식주 모두를 개선하고 진정한 의미의 행복을 찾으려 한다. 따라서 슬로시티의 느림과 여유는 단지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도피 수단이 아니라 하나의 선택사항이 되고 오히려 초고속인터넷 시대의 혼잡함에서 경쟁력이 되고 있다. 그동안 고도성장 과정에서 잊고 살아왔던 인간의 근본적인 행복이 무엇인지 진정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삶을 찾을 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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