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3시 현재 원·엔 환율은 100엔당 951원 73전(외환은행 고시 기준)으로 지난 2008년 8월18일(950원 69전) 이후 6년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 거래일보다 11원84전 급락한 것으로 지난 9월25일(955원2전)의 연저점도 갈아치웠다. 장중 한때 950원 76전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은 오전 장중에 전 거래일보다 11원30전 급등한 달러당 1,079원 80전까지 올라 1,080원선을 위협했다가 점차 상승폭을 줄여 1,072원 60전에 장을 마쳤다. 엔화가치 급락은 지난달 31일 일본은행(BOJ)이 연간 자산매입 규모를 60조~70조엔에서 80조엔으로 늘리는 추가 양적완화를 발표한 데 영향을 받았다.
당국은 구두개입에 나섰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서울 소공동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공동 컨퍼런스 후 "엔화 약세가 수출기업 등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가 시장 예상보다 빨랐다"며 "환율이 급속히 변동하는 것은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3일 긴급회의도 개최했다. 한은은 이날 오후2시 장병화 부총재를 반장으로 하는 긴급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열어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현상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시장참가자의 기대가 일방향으로 쏠리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앞으로 엔저 심화가 우리나라 수출 등 실물경제 및 금융시스템 안정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주의 깊게 점검해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은이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연 것은 지난 9월18일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투표가 치러진 후 한달반 만이다. 회의에는 금융안정담당 부총재보, 통화정책국장, 국제국장 등이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원·엔 환율이 추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슈퍼달러의 여파로 원화도 약세를 보이겠지만 돈을 풀어대는 엔화보다는 정도가 약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연말께 원·엔 환율이 920원까지 하락할 수 있다"며 "내년에도 800원대 진입을 시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대호 현대선물 연구원도 "연말께 원·엔 환율은 93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그는 "내년에는 900원대 초반까지 환율이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