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채권 왕' 그로스 '깜짝쇼'… 멕시코 페소화 급락

야누스 합류 위해 핌코 사직… 美 10년물 수익률 3bp 상승

달러 인덱스도 4년래 최고치

유럽 재정위기국 국채 가격 하락

핌코 투자자금도 이탈 조짐


'월가의 채권 왕'인 빌 그로스가 지난주 말 자신이 지난 1971년에 설립해 세계 최대의 채권펀드 운용사로 키운 핌코에서 전격 사퇴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 소식에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미 달러화 가치가 동반 상승했고 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 재정위기국의 국채 가격이 하락했다. 그로스의 선호 통화였던 멕시코 페소화 가치가 떨어졌고 미 회사채 신용부도 프리미엄이 상승했다. 핌코의 투자운용액은 무려 1조9,700억달러. 핌코가 채권 강세론자인 그로스 사임 이후 채권 투자 비중을 줄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월가 금융시장은 지난 30여년간 채권시장을 주물러온 그로스의 명성에 걸맞게 한바탕 요동쳤다. 핌코 최고운용책임자(CIO)인 그로스는 이날 성명에서 "야누스캐피털그룹에 합류하기 위해 사임한다"며 29일부터 야누스가 최근 내놓은 '무제약채권펀드'를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3bp(1bp=0.01%p) 오른 2.530%를 나타냈다. 금리상승에 미 달러화도 강세를 이어갔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5% 오른 85.655를 나타내며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화 대비 가치로는 2008년 8월29일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또 북미 지역 투자등급 회사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을 나타내는 마킷 CDX 북미 투자등급지수는 2.4bp 오른 64.1bp를 기록했다.

그로스의 깜짝 사임 발표는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각각 3bp, 4bp 오른 2.39%, 2.2%를 기록했다. 그로스가 '매력적인 통화'라고 극찬한 멕시코 페소화도 0.5% 하락하며 올 2월3일 이후 최저치로 하락했다. 핌코는 2031년 만기 멕시코 국채를 최대 보유한 펀드다.


이 같은 금융시장 동요는 미국의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확정치가 호조를 보이면서 기준금리 조기 인상 우려가 불거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로스의 퇴장 소식도 큰 영향을 미쳤다. 자산운용사인 모뉴먼트의 스콧 콜리어 최고경영자(CEO)는 "핌코가 채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며 "핌코가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빼면 다른 투자가들도 덩달아 이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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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앞으로 핌코가 채권 위주의 투자전략을 바꿀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핌코는 그로스의 채권 투자 고집에 수익률이 죽을 쑤면서 환매 사태에 시달려왔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그로스가 운용하는 토털리턴펀드는 지난해 -2.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또 올 8월에만 39억달러 등 16개월 연속 자금이 순유출되면서 700억달러가 빠져나갔다.

게다가 그로스는 최근 수익률 조작 의혹으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내사를 받고 있었고 직원들과 인간적인 불화도 겪어왔다. 블룸버그는 두 소식통을 인용해 "새 핌코 CIO로 임명된 대니얼 이바스킨 등 고참 경영인조차 그로스를 해임하지 않으면 자신들이 나가겠다고 회사를 압박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핌코 대주주인 독일 알리안츠가 사표를 종용하기 전에 그로스가 선수를 쳤다는 게 CNBC 등의 설명이다.

문제는 그로스의 사퇴가 미 채권펀드 업계의 지각변동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투자자금이 핌코에서 이탈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날 핌코의 최대주주인 알리안츠 주가는 독일 증시에서 6%가량 급락한 반면 그로스가 옮겨가기로 한 야누스캐피털그룹은 43%나 폭등했다. 지난 5월 출범한 야누스 펀드는 자산규모가 1,300만달러에 불과하다.

시장에서는 그로스의 명성만을 믿고 핌코에 자금을 맡긴 투자가들이 상당수 이탈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번스타인 리서치는 핌코 운용자산이 최대 30%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모닝스타의 경우 그로스를 따라 핌코에서 빠져나갈 자금이 최소 수백억달러에서 최대 수천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그로스의 요청대로 '떠오르는 채권 스타'인 더블라인캐피털의 제프리 군들라흐가 야누스캐피털에 합류할 경우 파괴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국채시장의 불안감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롬바르드오디에르투자운용의 그레고르 매킨토시 채권 수석은 "그로스의 사임 소식에 미국 장기국채의 보유 비중을 줄였다"며 "핌코가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채권시장이 취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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