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자의 눈] 중국과의 실사구시 협력

한상복 기자(산업부)「이번에는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돼서는 안될텐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중국방문을 앞두고 기업인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경제적인 상호이익이나 현실성보다는 일단 한건 건지고 보자는 정치적 선전에만 급급해 기업들을 곤혹스럽게 한 정부를 그동안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의 한·중(韓·中)간 산업협력은 「말잔치」에 그친 느낌이 강하다. 두 나라는 지난 94년 3월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중형 항공기 공동개발 전전자교환기(TDX) 기술협력 고선명(HD)TV 공동개발 자동차부품 합작 등을 4대협력사업을 선정, 서로 힘을 모으기로 했다. 정부는 금시발복(今時發福)할 것처럼 대단한 외교성과를 거뒀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기업들도 엄청난 규모의 중국시장을 공략할 길이 열렸다며 부산하게 움직였다. 대통령의 방중(訪中)으로 많은 장애물이 제거된 걸로 착각했다. 그러나 중형 항공기 개발사업은 중국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다 지난 96년 무산됐음을 최종 확인했고, 다른 3대 사업도 양국 정상이 합의를 본 지 4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 치의 진전도 없다. 『손바닥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 아닌가. 중국이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데 어떻게 사업을 진전시킬 수 있겠는가.』 HDTV 협력사업에 4년간 매달리다 시간만 낭비했다는 한 전자업체의 임원의 푸념이다. 정부나 기업관게자들은 『4대 협력사업은 이미 꺼진 불』이라고 한숨을 짓고 있다. 협력사업의 타당성 내지는 가능성을 충분히 짚어보지도 않은 채 정치적 효과를 노려 「한건주의식」으로 부풀려놓은 것이 공연한 기대감만 키웠다는 얘기다. 정부가 거창하게 추진했던 이른바 4대협력사업 가운데 제대로 성사된 것이 하나도 없다는데서도 애초부터 무리하게 벌여 놓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전문가들은 거품(기대)을 더 빼야 한다고 지적한다. 목소리만 큰 과시적인 양국간 협력보다는 작은데서부터 출발하는 실질적인 협력사업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실리를 중시하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의 실사구시(實事求是)외교가 이번 방중(訪中)에서는 반드시 이뤄지길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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