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예산안 대립…올해도 기한 넘기나

한나라 "선심성"에 與 "세출삭감안 무책임"<br>타협 조짐 전혀 없어 3년째 늑장처리 우려


내년 예산안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 대치가 극심해지면서 예산안 의결이 또 한번 늑장 처리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세수부족과 감세안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사안을 두고 정부와 여당ㆍ야당이 현격한 입장차이를 보여 예산안 처리가 3년 연속 법정기한을 넘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4일 열린우리당에 따르면 여당은 오는 9일까지 예산안 예비심사를 끝내고 종합정책질의와 예산안 소위심의 등을 거쳐 다음달 1일 본회의에서 이를 의결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일정표 앞에는 한나라당이 내놓은 9조원에 육박하는 세출삭감안이란 산이 버티고 있다. 문제는 여야간 타협의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여당은 고위당정협의를 통해 한나라당의 세출삭감안을 “대안 없는 무책임한 주장”이라며 다시 한번 강력히 반박했다. 오영식 열린우리당 공보부대표는 “대책 없이 세금을 축소하면 국채 발행을 해야 하는데 이는 재정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역시 정부의 새해 예산안을 ‘선심성 예산의 전형’으로 몰아붙이며 공격의 기세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야당은 각 상임위별로 구체적인 예산삭감방안까지 제시하면서 감세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이날 서병수 정책위의장대행은 “9일께 각 상임위별 예산삭감 내용을 당 차원에서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뚜렷한 합의가 도출되지 않는 것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 이날 국회 예결특위 주최로 열린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공청회’에서 황성현 인천대 교수 등은 “내년 예산의 재원배분안은 우리 여건에 적절하다”며 정부안을 지지했지만 나성린 한양대 교수 등은 “세수가 모자란다고 세부담을 높여서는 곤란하며 대형 국책사업을 축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치의 양보 없는 대립이 지속되면서 정부 관계자들은 내년 예산집행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들은 “부처 내부에서도 이미 제때에 예산이 통과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면서 “12월31일 밤12시 종이 울리기 전후로 통과라도 되면 다행”이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특히 참여정부가 들어선 후부터는 단 한해도 예산안이 마감시한인 ‘법정기한’(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을 지킨 적이 없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행여 예산안이 해를 넘겨도 통과되지 못할 경우 본예산을 실시하기 전 임시 예산안인 ‘준예산’까지 준비해야 한다”며 “겨울철 실업을 대비한 새해예산이 제때 시행되지 않으면 간신히 회복세를 보이는 경기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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