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대차 부품업체 근로자 어떻게 살라고…"

현대.기아자동차가 환율 하락 등으로 채산성이 악화되자 부품납품업체를 대상으로 대폭적인 단가 인하를 단행하기로 했다고 한다. 가뜩이나 경제양극화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부품업체나 그 종업원들에게는 청천벽력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대기업들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수익성 악화를 협력업체의납품단가 인하로 메우는 행태는 워낙 흔하게 이용되어온 고전적인 수법이어서 결코놀랄 일은 아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납품가 인하 수법이 대기업의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상생은 요원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차는 매출액중 수출비중이 60%를 넘고 있는데다 원화 가치가 10원 상승할때마다 매출액은 1천200억원, 영업이익은 800억원 줄어들기 때문에 환율 하락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자동차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지난 2003년에 9.0%였던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에는 5.1%로 떨어졌으니 환율 등 경영환경 변화에 그만큼 취약할 수 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현대차가 구조조정과 같은 자체적인 경영합리화보다 납품가 인하라는 가장 손쉬운 해결책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은 근원적인해법이 아니다. 이는 현대차의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 것이다. 무리한 단가 인하는 부품의 품질 저하를 초래하고 이는 완성차의 하자 발생으로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부품업체들도 살아남기 위해 값싼 소재나 값싼 노동력을 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해외시장에서 기업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보증수리 기간을 10년, 10만마일로 대폭 늘린바 있다. 이와함께중대형과 RV 등 고부가가치 차량을 해외에 대거 출시하여 풀 라인업을 갖춘 종합자동차 메이커의 이미지를 심어가고 있다. 이는 단순히 애프터서비스를 보강하는 차원을 넘어 그만큼 현대차가 품질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한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폭적인 부품 단가 인하로 품질에 하자가 발생해 어렵게 쌓아올린 브랜드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지 않을 까 우려된다. 또한 자동차의 하자 발생은 AS비용 급증으로 이어져 더 큰 손실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 현대차는 과거 근로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자 수천억원 규모의 부품단가 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자사 임직원의 임금은 인상하거나 그대로 두면서 가뜩이나 낮은 부품업체 임직원의 임금은 삭감하라는 식의 단가 인하는 도덕적인 측면은 물론이고 국민 경제적인 면에서도 문제가 많다. 정부는 자금문제로 부터 기술.인력, 특허출원, 고용 등에 이르기까지 무려 170여가지의 중소기업 지원시책을 내놓고 시행하고 있는데도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양극화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는 대기업이임금인상이나 환율하락 등으로 인한 비용 증가를 자체적인 경영합리화 보다는 하청기업의 납품단가 인하나 장기 어음결제 등으로 메우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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