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대통령의 선거 발언


대통령은 정당에 가입할 수 있다. 법률 조문 어디를 봐도 대통령의 당적 보유를 금지한 조항은 없다. 대선에서 승리해 청와대에 입성해도 당적을 그대로 유지한다. 비록 '87년 체제' 이후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기 막판 레임덕에 시달리다 탈당하긴 했지만…. 대통령의 정치 활동도 당연히 가능하다. 대통령의 모든 정무적 판단 자체가 일종의 정치 행위다. 그런데 국정수반인 대통령의 정치활동 범위를 두고 곧잘 논란이 붙는다. 바로 선거철 구두개입 시비다.


△6월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 출사표를 던진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의 발언이 구설에 올랐다. 유 전 장관은 출마 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였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은 '인천은 국가적으로 중요하다. 결단을 했으면 잘 되기 바란다'고 답했다"고 소개한 대목이 말썽이다. 야당은 대통령의 선거개입이라며 물고 늘어질 기세다.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유권 해석을 받겠다고 한다. 사전 선거운동 시비도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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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일자 유 전 장관은 덕담일 뿐인데 뭐가 문제냐는 반응이다. 그래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이끈 선거개입 발언과 뭐가 다르냐는 지적엔 여당이 부담스런 눈치다. 노 대통령은 총선을 앞둔 2004년 방송기자클럽 회견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소추로 가는 도화선이 됐다.

△대통령의 격려 발언을 선거법을 들먹이며 정색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공식석상에서 직접 언급한 것도 아니다. 전한 말도 상식 수준을 넘지 않는다. 비공개 자리였으니 아마도 '꼭 당선되시라' 정도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다만 논란의 여지가 있는 반응을 굳이 소개한 건 처신도 문제거니와 꿍꿍이가 있다는 느낌이다. '박심' 마케팅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며칠 전까지 공정한 선거관리를 맡았던 주무 장관이 아닌가. 대통령 후광에 기대는 처신부터 대통령에게 누가 되는 일이다./권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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