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산깊고 물맑은 그곳…“날 오라하네”

경남 산청 '토속 웰빙' 여행 <br>천연 참숯 찜질방서 땀 빼고 된장마을 들러 고향의 맛까지<br>내원사·대원사 계곡등 골짜기 천둥만한 물소리에 무더위 싹


산청의 참숯찜질방은 실제로 숯을 구워내는 가마를 식혀 찜질방으로 이용한다.

지리산 오덕원에선 100% 우리 콩으로 만든 전통 된장을 맛볼 수 있다.

산깊고 물맑은 그곳…“날 오라하네” 경남 산청 '토속 웰빙' 여행 천연 참숯 찜질방서 땀 빼고 된장마을 들러 고향의 맛까지내원사·대원사 계곡등 골짜기 천둥만한 물소리에 무더위 싹 산청=글ㆍ사진 이상훈 기자 flat@sed.co.kr 산청의 참숯찜질방은 실제로 숯을 구워내는 가마를 식혀 찜질방으로 이용한다. 지리산 오덕원에선 100% 우리 콩으로 만든 전통 된장을 맛볼 수 있다. 관련기사 • [여행 메모] 경남 산청 그저 높다는 말은 지리산엔 어울리지 않는다. 그 끝이 보이지 않는 850리 산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크고도 깊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산줄기 끝자락엔 한반도 남쪽 최정상 해발 1,915m의 천왕봉이 자리한다. 그 천왕봉을 품고 있기에, 경남 산청은 지리산 자락의 큰형이다. 5년 전만해도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가야 했던 곳이지만 지난 2001년 고속도로가 개통한 뒤로 이 골짜기 두메산골은 서울에서 4시간이면 쉽게 다다를 수 있게 됐다. 그래도 아직 이 곳은 ‘순수하다’는 말이 어울릴 만큼, 도회지의 때가 덜 탔다. 골이 깊어 물이 맑고, 산이 높아 신비로운 약초가 많다. 말 그대로 산청(山淸)이다. 시대가 달라지?촌스러운 건 복고풍이 되고, 개발되지 않는 건 웰빙이 된다. 이 곳 산청에선 공기부터 산자락 풀 한포기, 계곡 물줄기까지 모두 웰빙 그 자체다. 요즘 산청은 이른바 ‘토속 웰빙’을 내세워 도시인들을 유혹한다. 깊은 산자락까지 도시인의 웰빙 유행에 휩쓸린 건 씁쓸하지만, 그런 핑계로나마 때묻지 않은 자연을 즐길 수 있게 된 건 분명 새로운 발견이다. 참숯찜질방은 산청이 으뜸으로 자랑하는 웰빙 아이템. 이 곳에서 과거 숯이라면 농사도 지을 수 없는 척박한 지리산 자락에서 입에 풀칠이라도 하기 위해 구워냈던 한이 서려있다. 그랬던 숯이 이젠 나노기술까지 들먹이며 방에 들여놓는 보물단지가 되더니, 이 곳 숯가마는 말 그대로 천연 찜질방으로 변신했다. 참숯가마는 진짜 숯을 굽기 위해 사용되기 때문에 1,500도까지 올랐다 식힌다. 찜질만을 위해 적당히 가스불을 때는 도시 아파트와는 차원이 다르다. 앉아만 있어도 땀이 뻘뻘 나는 한여름이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이글거리는 아궁이 앞에서 땀을 뺀다. 일주일이 머다 않고 인근 진주, 통영에서 찾는 이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 말대로라면, 이 곳에서 1년만 찜질을 하면 관절염, 당뇨도 치료할 수 있단다. 차를 돌려 천왕봉 바로 밑인 시천면 중산리 양수발전소 앞에는 오덕원이라는 된장마을이 있다. 꼬불꼬불 산길을 따라 중턱까지 힘겹게 올라가면 400개 장독대 가득한 앞마당이 구수한 된장냄새를 풍긴다. 이 곳 주인 김애자(50)씨는 20여년간 전국을 누비며 된장 잘 담근다고 소문난 곳은 모조리 찾아다니며 이 곳 된장을 만들었다. 김씨의 솜씨와 지리산 1급수가 어우러진 된장은 천연 웰빙 음식이다. 큰 산은 골이 깊은 법. 지리산을 헤치고 내려온 계곡물은 한여름에도 발을 담그면 온 몸에 한기가 전해온다. 올 여름 그리 가물지 않은 탓에 내원사 계곡, 대원사 계곡, 중산리 계곡 등 이름난 골짜기들은 그 유명세에 걸맞게 천둥만한 계곡물소리를 만들어낸다. 피서 인파로 북적이지만 투명하게 맑은 물줄기는 커다란 바위를 굽이쳐 새하얀 물거품을 만들어낸다. 유명 관광지도, 도시도 아닌 만큼 호텔에서의 편한 하룻밤 잠자리는 기대하기 어렵다. 천왕봉 아랫자락 중산리에는 등산객들을 위한 여관, 민박집들이 즐비하다. 푹신한 침대는 없지만, 창 밖 넘어 들리는 계곡물소리와 맑은 공기로 맞이하는 아침은 도시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웰빙 체험이다. 200년 넘은 한옥들이 모여있는 단성면 남사리 남사예담촌에선 색다른 고가(古家) 체험을 할 수 있다. 박물관 같은 서울 한옥마을과는 달리, 전통테마마을로 지정된 이 곳에선 직접 민박을 친다. 옛 서당 자리부터 고래등 기왓집 행랑채까지 모두 일반 관광객들에게 개방됐다. 인심 좋은 동네 주민들과 모깃불 피우며 보내는 여름밤, 스트레스는 저만치 달아난다. 입력시간 : 2005/08/0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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