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간존중 경영/김인환 효성 T&C 사장(로터리)

70년대초 우리경제가 기지개를 펴면서 새롭게 활기를 찾아가기 시작할 무렵의 일이다. 당시로서는 규모가 매우 큰 외국인 투자회사에 한 선배가 인사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어서 외국인 회사의 분위기와 조직운영 등에 관심을 갖고 그 선배를 찾아갔다.그런데 종업원이 약 3천명이나 되는 그 미국계 회사의 인사부서에는 단 4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어 밖에서 식사를 같이하고자 했는데 선배는 『밖에 나가게되면 오늘 해야 할 일을 시간내에 마치지 못하고 회사일에도 지장을 주게되니까 구내식당에서 같이 식사를 하자』고 미안해 했다. 들어오면서 외국인 회사는 누구의 지시나 감독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자기관리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냉엄한 조직이라는 느낌과 함께 개개인 조직속에 매몰되는 비정한 제도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최근 우리경제는 경쟁력을 잃게됨으로써 위기와 난국을 맞아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경제의 가장 큰 해결과제가 고임금으로 비롯된 고비용­저효율 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여러 회사들이 그 해결책의 하나로 명예퇴직, 감원 등을 통한 조직재편을 실시하고 많은 중견사원들이 직장에서 물러나게 되어 고개숙인 남자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새삼스럽게 우리가 고비용­저효율 때문에 우리경제가 경쟁력을 잃게되었다고 이구동성으로 아우성치는 것은 따지고 보면 자업자득의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조직을 선진화시키지 못하고 저비용­저효율구조의 연장선상에서 선진국과 경쟁하려 했던 우리의 태세가 너무도 허술했다는 사실을 국경을 초월한 무한경쟁 상황의 WTO체제 출범과 OECD가입 등을 통해서 뒤늦게 자각한 것에 불과하다. 우리의 경쟁상대가 오래전부터 4명으로 하던 일을 우리는 20∼30명으로 하면서 계속해서 경쟁력을 갖추기를 기대해온 우리의 안일한 태세가 커다란 벽에 부딪힌 것이다. 고임금으로 주도된 고비용구조는 이제 우리사회에서도 도리킬 수 없는 현상이며 추세이다. 이로인한 경쟁력 약화를 만회할 수 있는 처방은 고비용을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어떻게 효율을 높여서 고비용의 구조를 극복할 것인가하는 고효율 지향밖에는 없는 것같다. 과거의 외국인 회사의 조직을 보고 비인간적이라고 느꼈던 그들의 제도가 오히려 인간존중을 바탕으로 한 경영이 아닌가 하고 생각되어 진다. 정해진 시간에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면서 그에 따른 응분의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오히려 인간존중의 경영일 것이라는 느낌 때문이다. 우리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기업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과거와 같은 성공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경영자는 물론 기업속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응분의 대가를 받는 것이 진정한 인간존중이라고 하는 새로운 가치척도에 의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들을 둘러싸고 있는 우리사회 전체가 고효율을 미덕으로 알고 일을 지향하는 분위기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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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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