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美 복지비 줄여선 안 된다

솔직히 말해서 세금을 인상하지 않고 미국이 어떻게 예산 균형을 맞출 수 있을지 의심된다. 부시 행정부는 이에 대해 논의하는 것 자체를 꺼려 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현 수준과 같은 세금 감면을 해준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문제가 있고 정책상 현명하지 못한 것이다. 최근 공화당 의원들이 주축이 된 한 위원회에서는 복지비를 줄이는 대신 오는 2011년에는 재정적자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내용의 예산 절감안을 내놓았다. 이 대안은 정부의 재정적자 감면대책이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공화당 측은 안보 관련 예산에 손을 대는 대신 국민들이 의료보험과 교육, 에너지 보조 등에서 희생 정신을 발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요구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 뻔하다. 공화당의 생각대로 예산안이 짜여진다면 사실상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 직업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할 실업수당과 취업 훈련비, 저소득층 가정을 위한 난방료 보조금,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보조금, 빈곤 아동을 위한 의료ㆍ교육비 등이 줄어들게 된다. 이 결과로 나올 것은 어떤 사회적 보호도 받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 특히 가난한 어린이들의 급증뿐이다. 다만 농가 보조금이라든지, 미 항공우주국(NASA)의 달ㆍ화성탐사 비용을 줄이겠다는 계획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의회가 최근 예산을 삭감하려고 나섰을 때 얼마나 많은 반대에 부딪혔는지 돌이켜본다면 이런 계획도 그리 실행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은 국방 관련 예산을 향후 5년 동안 6,300억달러나 늘려 잡았다. 같은 기간 동안 사회보장 등에서는 총 7,000억달러의 예산감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말이다. 미국 예산은 국방비만 빼놓고 본다면 현재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그리 높지 않다. 만약 공화당의 예산 절감안대로 계산해볼 경우 국방비를 제외한 정부 예산은 2011년에는 GDP의 2.2%로 역사상 최저 수준에 해당한다. 결국 예산 절감안은 근시안적인 시각과 천박한 사고방식을 토대로 하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은 정부의 역할 자체를 바꾸려 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세금감면 정책이 결국 얼마나 많은 서민들을 희생시킬지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복지비를 줄여 재정적자를 벗어나겠다는 발상은 재론의 여지조차 없는 것이고 대부분의 미국인들도 (정부의 예산정책이 잘못됐다는 데) 동의할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