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대기업들의 연쇄적인 부도와 이들의 사후처리 문제가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새로이 대두된 문제가 파산과 관련된 법제도 정비의 시급성이다.미국의 경우 파산관련법은 채무자의 부분적 면책을 통해 기업의 회생기회를 극대화하려는 반면 우리나라의 파산 관련 법제도는 기업의 회생보다는 채권자의 권익보호를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기업이 경영상의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파산절차를 통해 기업을 청산하거나 화의제도 또는 회사정리제도를 통해 회생시키는 방법이 있다. 화의절차는 채권자들 사이의 합의에 의해 이뤄지는데 이 경우에도 우선채권이나 담보채권은 화의절차에서 제외되고 있기 때문에 이 제도가 기업의 회생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회사정리제도를 통해 부실기업이 법정관리를 받을 수 있기 위해서는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을 만한 공익적 성격이 강하고 갱생의 가망이 있어야 한다. 기업의 공익성에 대한 판단기준으로는 기업의 규모, 설립연도, 주식의 분산 여부, 기업윤리 등을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선진국이 채권자의 권익을 제한하면서 기업의 회생을 도모하려는 것은 기업의 파산이 사회 전체의 손실을 초래하는 반면 기업을 회생시킨 후에 채무의 변제를 도모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더 바람직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크건 작건 파산할 경우 고용의 상실과 연관기업의 피해 등 사회적인 손실을 초래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작은 기업을 회생시키면 공익효과가 적은 반면 회생시키는 데 따른 사회적 비용도 적다.
기업의 규모 등과 같은 잘못 선택된 공익성 기준의 제약을 받는 현행 법정관리제도는 기업의 회생을 불필요하게 제한해 사회적 손실을 자초하고 있다. 실제 이같은 공익성 요건 때문에 지방의 중견기업이 법정관리를 기각당해 파산하고 만 경우가 자주 발생, 지역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선진국과 같이 파산 관련제도를 채권자 위주에서 탈피해 기업회생을 보다 적극적으로 도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