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원高 파도를 넘는 지혜

노병인 <한국수출보험공사 환변동관리팀장>

최근 이틀 연속 달러 대비 원화환율이 급격히 하락, 지난 97년 이후 처음으로 환율이 1,000원선 아래로 내려가며 세자릿수를 기록했다. 2004년 10월 이후 본격화하고 있는 원화 강세는 재정과 무역적자가 지속되는 미국이 국내 문제 해결을 위해 자국통화의 저평가를 유도하는 약달러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주된 이유다. 자동차ㆍ반도체ㆍ선박 등 주요상품의 수출호조와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의 증가로 달러화의 공급이 계속 늘어나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이러한 대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 환율이 결정됨에 따라 한 국가의 환율은 정부나 중앙은행 같은 정책당국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대외교역에 있어 환율의 변동에 따른 위험은 피할 수 없고 그 위험을 관리할 일차적인 주체는 외환당국이 아닌 수출기업이 돼버렸다. 무역협회의 이달 초 조사에 따르면 수출기업은 적정 환율을 1,096원, 손익분기점 환율을 1,066원으로 밝히고 있다. 현 환율수준에서 대부분 기업이 채산성 악화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은 어떻게 원화 강세의 파도를 헤쳐나가야 할까. 첫째, 결제통화를 다변화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수출은 달러화 85%, 유로화 7.6%, 엔화 5.3%로 달러화의 비중이 절대적이어서 달러화의 변동에 너무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둘째, 내부관리기법을 통해 환위험 노출액을 줄이는 것이다. 동일 상대방과 수출ㆍ수입을 동시에 하는 경우 채권ㆍ채무를 개별적으로 결제하는 대신 일정기간 후 차액만을 정기적으로 결제하는 상계전략과 외화자금의 유입과 지출을 통화별ㆍ만기별로 일치시키는 매칭 기법을 활용하면 별다른 비용 없이 환위험을 관리할 수 있다. 셋째, 기술력, 브랜드 가치창출 등 비가격적인 경쟁력을 확보, 영업이익의 폭을 넓히는 것이다. 85년 플라자합의 이후 3년 만에 엔화는 달러당 260엔에서 120엔으로 급락했다. 하지만 일본기업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고부가가치 상품을 시장에 내놓아 환위험을 극복했다. 마지막으로 환변동보험을 적극 활용하라고 권하고 싶다. 수출보험공사에서 운영하는 환변동보험은 저렴하고 편리한 환위험 비껴가기 상품이다. 중소수출기업이 환변동보험 가입 후 환율이 떨어지면 환차손을 공사로부터 보상받을 수 있으며 반대로 환율상승이 예상되면 언제든 자유롭게 원만기일 이전에 중도해지가 가능, 기업의 환차익을 보장해준다. 대상통화도 미국달러 외에 유로화 및 엔화도 가능하다. 지난해 공사의 환차익 환수액은 62억원에 그친 반면 보험금 지급액은 1,999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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