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SK 이사회 ‘업보’와 ‘희망’

“3년 전에 이렇게 열심히 공부 하셨다면‥” SK그룹 운명을 좌우할 SK㈜ 이사회가 열린 지난 15일 오후. SK㈜의 한 직원이 휴게실에서 나직이 읖조린 말이다. 3년 전 과연 SK㈜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직원의 설명에 따르면, SK㈜가 현재 이런 곤욕을 치르고 위기를 겪는 것은 3년 전 알짜 자회사인 SK에너지판매를 SK글로벌에 넘겼기 때문이었다. SK에너지판매는 정유사 `생존의 키`라고 할 수 있는 주유소 판매망을 보유한 SK㈜의 핵심 자회사였다. 2000년 7월31일 SK㈜는 SK글로벌의 부실을 줄여주기 위해 알토란 같은 자회사를 넘기고 SK글로벌의 대주주가 됐다. 오늘날 SK㈜가 SK글로벌의 대주주로서 채권단과 주주 등으로부터 몸살을 겪게 된 시발점이었다. 돌아보면 SK㈜는 집 내주고 뺨 맞은 격이다. 직원의 설명은 계속됐다. “당시 사내에서는 에너지판매를 넘기는 문제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사회에서는 별다른 이견 없이 넘어갔죠” SK㈜의 현 사외이사 5명 가운데 3명은 98년부터 재직했던 터라 2000년을 전후로 한 이 결정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000년 3월에 선임된 나머지 2명 역시 합병이 최종 결정될 때까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 직원의 말대로라면 현재 사외이사의 무거운 짐은 그들의 `업보`인 셈이다. SK㈜ 이사회가 `환골탈태`하려는 조짐을 보이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이사회는 SK글로벌 출자전환을 최종결정하기 전 12시간여에 걸쳐 마라톤 회의를 벌였다. 앞서 두 번이나 간담회를 가지기도 했다. 이사들은 관련 자료를 꼼꼼히 챙기며 열띤 토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6월15일의 SK㈜ 이사회가 훗날 어떤 평가를 받더라도 떳떳할 수 있다면 이 같은 노력 때문일 것이다. 다만 SK㈜ 사외이사들이 그들의 독립된, SK㈜ 이익만을 고려해 내린 결정에 대해 내외에 투명하고 솔직하게 설명했으면 한다. 이는 이사회의 다수를 차지하며 결정을 주도했던 그들의 소임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에`이사회 중심`의 기업경영이 뿌리내리는 데 SK㈜ 사외이사들의 역할을 기대한다면 무리한 욕심일까. <손철 기자(산업부) runir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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