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십년간 외국 투기 자본 통제를 위해 '금융 쇄국정책'을 펴왔던 말레이시아가 금융의 빗장을 열기 시작했다. 일찌감치 금융시장을 활짝 열어 환투기 세력 등에 무릎을 꿇은 대부분 아시아 국가와 달리 말레이시아는 철저한 외국 금융자본 규제 덕분에 지난 97년 IMF에 손을 벌리지않고 아시아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는 지난 57년 독립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와 성장 동력 다각화가 절실한 상황이고 이에 따라 금융시장을 개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제조업 기반의 수출 주도형 경제인데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급감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나지브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 겸 재무부 장관은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 개방 및 자유화 작업의 첫 조치로 외국인에게 오는 2011년까지 5개의 신규 은행 영업 허가를 내줄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올해 2개의 은행 허가권을 외국계 글로벌 은행에 내주고 2011년에 3개를 추가로 허가할 계획이다. 외국인 투자가에게 은행 허가를 내주기는 지난 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은 말레이시아 법상 은행 지분을 30% 이상 소유할 수 없기 때문에 이번 신규 허가 조치로 100% 지분 확보가 가능한 외국계 신규 은행 탄생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라작 총리는 또 외국인의 경영권 소유를 막기위해 현재 49%까지로 제한했던 외국인의 증권과 보험사 지분 한도를 70%까지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성장 동력 다각화 전략의 일환으로 말레이시아는 지난 주 서비스 업종에 부과했던 외국인 30% 지분 제한 규정을 완화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일부 서비스 업종 투자시 국내 업체와의 제휴를 의무화했던 규제도 철폐해 외국 기업이 단독으로 서비스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금융컨설팅 회사인 황-DBS 비커스 리서치의 림 수에 린 금융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에 은행 신규 영업 허가를 내주는 것을 계기로 국내 금융산업에 경쟁과 선진 기술이 도입되면서 금융산업의 질적인 발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