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남성복 브랜드 '솔리드 옴므'의 디자이너 우영미(53ㆍ사진)씨가 '큰 일'을 냈다. 지난 3일 서울 도산공원 인근에 문화복합공간을 표방하는 남성패션 전문 플래그십스토어 '맨메이드 우영미'를 오픈한 것. 패션 디자이너가 남성전용패션 공간을 연 것은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올해로 파리컬렉션 참가 10주년을 맞은 우씨는 남성패션 매장을 연 배경에 대해 "파리에도 플래그십스토어가 있는데 정작 한국에는 없었다"며 "그동안 패션은 여자 중심이어서 남자를 위한 공간이 없다는 게 안타까웠다"고 설명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프랑스 파리의 마레 지구에 맨메이드 우영미 2호점을 열 예정이다.
남성복 디자이너인 우씨가 생각하는 이상적 남성상은 예술을 사랑하는 '엘레강스한 남자'다. 멘메이드 우영미 공간은 아틀리에처럼 기획, 2층에서는 남성들이 1년 내내 전시회를 통해 자연스럽게 예술을 만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3~5층은 우씨의 다양한 작품을 한눈에 고를 수 있게 했다. "옷을 잘 입는 게 패션의 완성이 아니라 예술을 입은 내적 아름다움이 표출될 때 진정한 패셔니스타"라는 그는 "미술 갤러리를 쉽게 찾기 어려운 한국 남성들이 이곳에서 언제나 예술과 문화를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우씨 기준으로 옷 잘 입는 최고경영자(CEO)는 누구일까. 그는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 윤세영 SBS 명예회장, 이해선 CJ오쇼핑 대표 등을 꼽았다. "이들은 패션을 디저트처럼 즐기는 문화라고 생각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요. 패션을 즐기려면 용감하고 부지런해야 합니다."
10년 연속 파리컬렉션에 출품하는 기적을 일궈낸 우씨는 지난해 크리스찬디올ㆍ구찌ㆍ돌체앤가바나 등 세계적 명품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파리의상조합 정회원 자격을 따냈다. 한국인으로는 유일하다. "브랜드 '솔리드' 덕분에 해외 바이어들이 '우영미 나라' 한국에 많이 오게 됐다"는 그는 "내가 패션에서는 한류스타"라며 환하게 웃었다.
우씨는 디자이너 브랜드로는 한국 최초의 글로벌 브랜드가 되고 싶어한다. "브랜드 정체성을 공고히 해 앞으로 가방ㆍ향수 등 잡화 쪽으로도 시장을 넓혀가겠다"는 그는 "이제 겨우 10년을 왔을 뿐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