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11월 15일] 샴페인 터뜨리기엔 이르다

2010년 한해를 뜨겁게 달궜던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가 마침내 막을 내렸다. 지난 12일 서울 COEX G20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 연단에 오른 이명박 대통령은 감격에 찬 목소리로 "감히 역사적 성과라고 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그럴 만도 하다. 이번 G20회의는 1950년대 세계 최빈국 그룹에 속했던 우리가 의장국을 맡아 환율문제, 국제통화기금(IMF) 개혁문제 등 세계경제의 새로운 룰을 만드는 중심적으로 참여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 한국 주도로 IMF의 대출제도를 바꿔 외환위기를 겪은 나라들이 IMF의 횡포를 당하지 않도록 한 것은 1998년 외환위기 때 IMF가 우리나라에서 점령군 행세를 했던 일에 비춰 실로 격세지감이 들 정도였다. 여기에다 한국과 미국이 환율 해법으로 제시한 '예시적 가이드라인'에 대해 내년 상반기까지 합의안을 도출하기로 합의한 것, 우리가 제안한 개발의제를 G20의 주요의제로 포함시켜 G20의 외연을 전세계 범위로 확장시키는 데 일조한 것도 이번 G20 서울 회의의 중요한 성과로 꼽을 만하다. 정부는 이런 G20 서울 회의의 성과들을 극대화하고 국민의 자부심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쏟을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폐막식에서 G20 서울 회의의 성공을 두루 설명하는 국민보고대회를 곧 열겠다고 공표했고 청와대는 내년도 주요 국정업무에 G20의 정신을 담아나가는 등 G20 후속작업에 벌써 착수했다. 하지만 정부의 그런 노력이 G20의 성과에 대한 자화자찬으로 비쳐져서는 안 된다. 'G20 이후'의 상황은 여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국민들 사이에서 "G20 서울 회의의 경제효과가 30조원이 넘고 홍보효과가 월드컵의 네 배 이상이라더니 도대체 손에 잡히는 성과가 뭐냐"는 푸념이 있고 야당은 G20 서울 회의를 실패로 규정하며 책임소재를 따져 물을 태세다. 여기에다 이번 G20 기간 타결이 예상됐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의가 결렬된 것도 심상찮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서울을 떠나며 "미국의 노동자들을 위해 FTA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시장과 쇠고기시장에 대한 강한 미련을 내비친 것이다. 더 큰 걱정은 요즘 한국시장이 너무 허약하다는 점이다. 11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 때 이 대통령이 미국의 양적 완화로 한국이 핫머니 걱정을 더 할 필요는 없다고 장담하던 순간 코스피지수는 외자이탈로 무려 53.12포인트나 폭락했고 이 대통령이 "환율전쟁에서 벗어났다"고 선언한 12일에도 원화 환율은 19.9원이나 급등했다. 이렇게 불안한 상황 속에서 정부의 섣부른 샴페인 터뜨리기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 그러기에는 'G20 이후'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가 너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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