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부시의 연설에서 빠진 것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 상하원 합동 새해 국정연설에서 ‘강한 미국’에 대한 확신을 거듭 드러냈다. 그러나 그는 민주당의 의회 장악과 이라크 전쟁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에 직면해 리더십의 위기를 맞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연설의 절반 이상을 자신의 외교 정책을 옹호하는 것으로 채웠으나 이라크전에 대한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나 대중의 생각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또 부시의 연설에서는 가장 중요한 사안이 빠져 있어 문제다. 바로 미국 의회에서 민주ㆍ공화 양당간 초당적인 협력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또 그는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인 휘발유 소비 절감책을 내놓는 대신 대체에너지 개발 등에 치중하는 대책을 내놓는 데 그쳤다. 부시 대통령은 사회복지 제도의 개선 방안도 언급하기는 했으나 어떻게 하면 국민들의 복지비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를 늘리는 동시에 세계화로 인한 고통을 어떻게 하면 줄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도 연설에서는 빠졌다. 에너지ㆍ의료보험ㆍ이민자ㆍ교육 문제 등 4대 국가 과제가 부시 대통령이 연설을 통해 강조한 것들이다. 그는 앞으로 10년 동안 휘발유 소비를 20% 줄이겠다고 다짐하고 의료보험과 관련해 고용자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바꿔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은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데다 민주당의 비판과 반대를 이겨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국정 연설에서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민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부분을 망각했다. 그는 지난 6년 동안 민주당과의 공조에서 특별히 얻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신의 정책 실행과 관련해 민주당을 설득하려는 작업을 게을리했다. 그러나 중간 선거 이후 의회 내 정치 지형은 바뀌었고 부시 대통령은 남은 2년의 임기 동안 민주당의 영향력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부시 대통령의 국정 연설은 에너지ㆍ의료보험ㆍ교육ㆍ이민자 문제라는 4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웠다. 이제 의회가 나서서 초당적인 협력을 통해 구체적인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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