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저녁8시. 중국 상하이 텔레비전에 홈쇼핑 방송이 등장했다. 디지 털카메라를 들고 세세하게 설명하는 쇼핑호스트, 가격ㆍ성능 등을 알려주는 L자형 안내자막 등 언어가 중국어라는 점 외에는 국내 안방에서 보던 홈쇼핑 방송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홈쇼핑’이라는 단어 자체를 모르는 중국인들의 눈에는 분명 생소한 장면이었을 것이다.
이날 5시간 방송의 매출은 약 1억5,000만원. 국내에서라면 30분 정도의 방 송을 통해서도 쉽게 올릴 수 있는 실적에 불과했지만 중국에 합작 홈쇼핑업체를 세우고 이를 지켜본 CJ홈쇼핑 관계자들은 일단 “한국식 홈쇼핑의성공적 출발”이라는 자체 평가를 내리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홈쇼핑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하던 시절이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9년 전우리나라 최초의 홈쇼핑 채널인 HSTV는 첫 상품으로 뻐꾸기 시계를 소개해 겨우 7개를 판매했다. 임직원이 구매한 3개를 빼면 단 4개를 판매했으니 초라하기 짝이 없는 실적이다.
우리나라 안방에 홈쇼핑이 첫선을 보이던 당시와 비교하면 상하이 소비자들은 의외로 신 채널에 대해 호의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중국 땅에는 국내 홈쇼핑 빅3가 각기 다른 곳에서 주춧돌을 쌓고 있다. LG홈쇼핑은 1위 업체인 만큼 수도인 베이징에 일단 깃발을 꽂았으며 현대홈쇼핑은 백화점 계열사라는 장점을 살려 광저우ㆍ선천 등지에서 지역 백화점업체와 손을 잡고 시장에 파고들고 있다.
하지만 월마트ㆍ이케아ㆍ까르푸ㆍ이세탄 등 굵직굵직한 글로벌 유통업체들 이 중국 대륙 곳곳에 큼지막한 간판을 내건 모습을 보면서 한국 홈쇼핑의중국 진출 성공 여부는 동종 업계 내 싸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백화점ㆍ할인점이 차례로 호황을 누린 후 홈쇼핑이 바통을 이어받았던 것과 달리 중국에서는 유통시장의 체계적인 발전과정 없이 모든 유통 채널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시장 뺏기에 사력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홈쇼핑업체들은 이제 겨우 중국에 첫발을 내딛었다. 경쟁 상대는 서로가 아니라 세계적인 유통업체들이다. 카드결제ㆍ배송시스템 등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시작이 괜찮다고 자만하지 말고 지난 9년 동안 국내에서호되게 겪었던 시행착오를 거울 삼아 신중하게 한발 한발 내딛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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