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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희의 '안단테 모데라토'] (6) 클래식계 '아이돌', 여심을 훔치다

피아니스트 윤한(사진=스톰프뮤직 제공)

앙상블 디토(사진=크레디아 제공)

수려한 외모에 훤칠한 키, 젠틀한 블랙 수트에 귀여운 나비넥타이를 매치한 피아니스트가 하얀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자 젊은 여성관객들의 함성이 쏟아진다. 그런데 무대는 클래식 공연장이 아니다. 최근 아이돌 돌풍의 일번지 MBC ‘쇼! 음악중심’에 피아니스트 ‘윤한’이 나타났다. 아이돌, 대중가수 중심의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에 아티스트 성향이 짙은 피아니스트 윤한이 출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버클리 음대 출신에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온 ‘엄친아’. 소울과 재즈를 넘나드는 피아니스트이자 싱어송 라이터 윤한은 이날 특유의 섬세한 피아노 연주와 부드러운 보이스로 뭇 여성들의 마음을 훔쳤다. 그가 연주하는 곡목은 다름 아닌 ‘피아노 치는 남자’, 여성들의 로망 1순위를 잘 알고있는 듯한 센스있는 선곡이다. ‘피아노 치는 남자’는 피아노 기반의 팝재즈 곡에서 벗어나, 기타 · 베이스 · 드럼 기반의 밴드사운드로 선보이는 그만의 맞춤 클래식이다.


윤한은 대중들이 쉽게 좋아할 만한 클래식의 새로운 스펙트럼을 열고자 다양한 시도를 벌이고 있다. 그는 지난해 미니앨범 ‘MAN ON THE PIANO’를 발매한 후, 전국 7개 도시에서 첫 투어 공연을 진행하며 대중과 가깝게 만나고자 하는 아티스트로서의 꿈에 한 발짝 다가섰다. 탄탄한 피아노 실력과 감미로운 목소리, 아이돌급 외모까지..그가 서는 무대에는 늘 젊은 여성팬들이 줄지어 따라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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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에 아이돌 돌풍이 불고 있듯, 어렵게만 느껴지는 클래식계에도 팬들을 몰고 다니는 스타가 등장한 것이다. 공연이 끝나도 관객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이들은 정성스럽게 준비한 케?弱?선물을 전달하고자 공연 이후 진행되는 팬미팅을 위해 기다리는 수고까지 기꺼이 감수한다.

윤한뿐만이 아니다. 클래식계에서 아이돌 그룹 뺨치는 인기를 누리는 앙상블 ‘디토(Ditto)’가 있다. 클래식 아이돌 그룹 ‘디토’의 공연날에는 어김없이 장미꽃 100송이가 배달된다고 한다. 리더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의 열성팬이 매공연마다 정성스럽게 보내는 축하 선물이다. 2007년 결성된 앙상블 ‘디토’의 공연장에는 늘 10~30대 여성들이 가득 자리를 매운다. 비인기 장르였던 클래식 실내악에 이례적인 매진 행렬이 이어질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이들은 단순히 젊은 남성 연주자들의 꽃미모(?)로만 승부하지 않는다. 이들의 저력은 철저히 연주 실력으로부터 비롯된다. ‘리처드 용재 오닐’을 비롯해, 피아니스트 ‘지용’,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재키브’ · ‘다니엘 정’, 첼리스트 ‘마이클 니콜라스’까지 모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수준급의 연주자들이다. 특히 디토의 팬들은 해마다 다시 공연장을 찾을 정도로 충성도가 높아 눈길을 끈다.

정통 클래식 음악으로도 얼마든지 젊은 팬층의 확보가 가능했다는 점이 디토 앙상블의 놀라운 위력을 보여준다. 이제 아이돌 공연이 아닌 클래식 공연장에서도 싸인을 받으려는 줄이 끊이질 않고, 티셔츠 한가득 싸인을 받은 팬들은 기뻐서 어쩔 줄 모른다. 클래식계의 아이돌, 이들이 대중문화의 새로운 코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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