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말자

한동수 기자 <산업부>

미국의 비즈니스위크지와 컨설팅업체 인터브랜드는 최근 실시한 ‘세계 100대 브랜드’ 조사에서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를 107억5,400만달러(약 11조원)로 평가했다. 이는 자본금(7,300여억원)의 15배에 달한다. 이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은 한때 감히 넘볼 수 없었던 세계적인 브랜드였던 ‘소니’를 삼성전자가 마침내 제쳤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0위로 소니(28위)를 훌쩍 넘어섰다. 삼성전자는 이미 세계 제1의 전자업체를 누른 자랑스런 기업으로 우뚝 올라섰다는 점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하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삼성전자를 보는 눈초리가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닌 듯하다. 일부에서는 죄인을 바라보는 검사의 눈초리 같다는 생각도 떨쳐버릴 수 없다. 최근 형제간의 갈등을 빚고 있는 두산도 마찬가지이다. 두산은 자본주의 역사가 짧은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록펠러와도 같은 기업이었다. 그러나 두산도 우리에게 실망을 줬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은 삼성과 두산만이 아니다. 현대차가 뛰고 있고 LG전자도 세계를 누비고 있다. 비즈니스위크지의 브랜드 조사결과 현대차는 세계 84위(자동차업체 중 9위)였고 LG전자는 97위였다. 하나같이 해외 곳곳에서 피땀을 흘리며 일궈낸 값진 성적표다. 요즘 도청 테이프로 불거진 기업과 정치권의 부끄러운 과거가 대한민국을 온통 들끓게 만들고 있다. 물론 짚어낼 것은 짚고 따질 것은 따져야 한다. 그러나 해외서 인정받는 우리 기업들이 정작 국내에서는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다. 자칫 잘못하면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제는 선택할 때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지난 97년으로 돌아가 ‘모든 기업과 언론사는 도덕성이 떨어진다’는 명제를 오늘의 화두로 삼아야만 하는가. 노자의 도덕경 첫구절이 떠오른다. 도가도비상도, 명가명비상명(道可道非常道, 名可名非常名). 도를 도라고 하면 더 이상 도가 아니듯 이제 우리는 냉정한 이성으로 현명해져야 한다. 겉치레와 명분에만 집착한 나머지 본질을 놓쳐버리는 잘못을 또다시 저지르기에는 세상은 너무나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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