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2기를 맞은 노무현 대통령이 대기업에 앞서 21일 중소기업인들과 간담회를 갖기로 한 데 대해 중소기업 사장들은 상당히 기대를 거는 눈치다.
특히 이들은 이번 노 대통령과의 간담회가 인력난ㆍ자금난 등으로 고질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전자부품업체 S사의 박모 사장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쥐어짜 경영난에 빠지면 해외에서 부품을 조달해야 하고 결국 외국 부품업체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는다”며 대기업에 중소기업과 상생하겠다는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
시화공단에서 베어링을 납품하는 H사의 이모 사장도 “대기업이 제대로 굴러가려면 건실한 중기업이 이를 받쳐주고 중기업에 납품하는 소기업들이 잘 운영돼야 하는데 시스템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며 “정부가 불공정 하도급거래 관행에 대해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공업고 등 실업고 졸업생들이 기술만 있으면 대우받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교육정책도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자업체의 신모 사장은 “홈쇼핑 등 대형 유통업체의 횡포로부터 보호해줘야 중소기업들이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협력업체 사장은 “최근 오른 물가와 인건비 상승분을 고려해 납품가 인상을 요청했지만 ‘올려줄 수 없으니 싫으면 그만두라’는 말만 들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반도체용 PCB를 생산하는 심텍의 전명석 사장은 “중국과 같은 세금감면 혜택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투자 인센티브를 누리기 위해 거쳐야 하는 복잡한 절차부터 간소화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한 뒤 “주5일 근무제 실시로 경영부담이 늘어나는 부분에 대해 정부가 보완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MP3플레이어 제조업체인 레인콤의 양덕준 사장은 “해외 바이어 미팅이나 계약 때 브랜드 인지도가 약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않다”며 정부가 국가 이미지를 높여 중소기업을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 의료장비업체 사장도 “‘아직도 제조업을 하느냐’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자괴감에 빠져 있는 중소기업인들의 기를 살리는 것이 급선무”라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줄여줘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사장들은 중소기업을 보는 일반의 시각도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대기업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으면 몇 조원에 달하는 부실채권을 메워주면서 중소기업이 어렵다고 하소연하면 ‘구걸’하는 것으로 치부하는 정부와 일반의 시각이 바뀌어야 중소기업도 떳떳하게 사업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동원 한국기술투자 사장은 “중소ㆍ벤처기업의 기업가치를 높이고 경영위기를 극복하려면 우수한 경영진 투입이 중요하다”며 “벤처캐피털의 지분ㆍ경영참여 규제와 인수합병(M&A) 관련 규정도 보다 전향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의식기자 miracle@sed.co.kr
정민정기자 jminj@sed.co.kr
이상훈기자 atripl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