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北 '핵실험설' 어디까지 사실일까

北 '핵실험설' 어디까지 사실일까 • 군사적 수단 이용 北核 제거 가능한가 • 한·중 "북, 지체없이 6자회담 복귀해야"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은 지난 달 22일 미국 보수신문으로 알려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WSJ는 "미 행정부가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중국에 북한 설득을요청했다"고 전했고, 사흘 후인 25일 로이터 통신은 데이비스 케이 전 이라크서베이그룹(ISG) 단장의 말을 인용, "북한이 6월 15일안에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일련의 보도를 우리 정부는 계속 부인해 왔으나, 그럼에도 불구 미.일 언론들을 중심으로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은 더욱 증폭되어만 가고 있다. AP통신은 지난 달 30일 "미국은 북한의 6월 지하핵실험 가능성을 동맹국들에게전달했다"고 뒤를 이었고, 미 뉴욕타임스(NYT)도 지난 6일 "북한이 핵실험 관측용관람대를 설치했다"고 전해 핵실험 준비설을 더욱 부채질했고, 같은 날 미 NBC방송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입안을 시작했다"고까지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이런 분위기는 일본 내에서도 마찬가지로 통신과 신문, 방송할 것 없이 거의 모든 매체가 자국 관리와 미국 관리, 그리고 미 언론의 보도를 인용해 연일 북한의 핵실험설을 주요 기사로 다루면서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국내에서는 조선일보가 9일 미 국방부 관리를 인터뷰해 "북한의 핵실험 준비가 진척돼 이르면 다음 달 중에 핵실험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 北 핵실험설 `실체' 뭘까 = 지금까지 내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핵실험 준비설은 북한이 지난 2월 10일 핵무기 보유선언을 했고, 3월 31일 이를 바탕으로 군축회담을 제안한 만큼 이제는 핵실험이 다음 수순이라는 가설을 전제로 한다. NYT는 북한 당국이 함경북도 길주에 지하 핵실험 장소를 건설하기 위해 갱도를파고 콘크리트 타설공사를 진행 중이며 최근 공정이 빨라졌다는 구체적인 그림을 제시한 바 있다. 1998년 파키스탄 핵실험을 모델로 지하에서 플루토늄 5∼10㎏ 정도를 재래식 폭약으로 터뜨려 핵폭발 실험을 하려는 사전 준비단계라는 것이다. 그러나 톰 케이시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6일 "지금 북핵 프로그램에 새로운 평가는 없다"고 밝혔는 가 하면,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일본 외상은 7일 아셈외무장관회의 폐막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과 관련해 여러 소문이오가고 있지만 확실한 정보는 없다"고 말하는 등 미ㆍ일 양국 정부는 공식 채널에서는 핵실험설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비치고 있다. 사실 핵실험의 가장 중요한 사전 조치인 계측기기 등의 현장반입도 포착되지 않았고, 단지 갱도건설과 그 내부에 타설할 것으로 보이는 콘크리트가 문제의 현장으로 옮겨졌다는 가설 만으로는 `핵실험 준비'라고 주장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지적도만만치 않다. 또 북한이 사실상 `마지막' 카드라고 할 수 있는 핵실험을 이 시점에서 강행하겠느냐는 추론도 `핵실험 준비설'을 회의적으로 보는 논리의 하나다. 핵실험보다 강도가 낮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실험 카드도 아직 남아있는데 벌써부터 북한이 `마지막 카드'를 쓰겠느냐는 것이다. 북한은 1998년 미사일 발사유예를미국과 합의한 바 있으며, 지금까지 그 약속을 지켜오고 있다. 이번 북 핵실험 준비설이 자칫 `금창리 사건'의 되풀이가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금창리 사건은 미국이 지난 1997년 탈북자의 첩보를 바탕으로 위성사진 판독 등을 통해 금창리 지하핵시설 의혹을 제기한 뒤 우여곡절 끝에 1999년 사찰단까지 파견했으나 아무런 증거도 발견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미국이 `망신'을 당한 사건이다. 그런 탓인지 미 행정부는 북한의 핵실험설과 관련해 아직 `속시원한' 정보를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活?지난 2일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모든 종류의 실질적인 억지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고,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부차관이 4일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가세했다. 또 7일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은 강력한 핵 억지능력을 보유하고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신호보다는 `사전 경고'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미 행정부 내에서의 시각차도 느껴진다. 도널드 럼즈펠드 장관이이끄는 국방부가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 라이스 장관 휘하의국무부는 신중론에 가깝다. 물론 우리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나 `뚜렷한' 정린?있을 때까지는 신중론을 보일 태세다. 그러나 미 행정부가 사실상 대북 정보 접근에 한계가 있는 우리 정부에 관련 정보를 선택적으로 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없지 않다. 미 행정부내 대북 강경파가 한반도 위기 상황을 고조시켜 북한의 추가 상황악화조치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유엔 안보리 회부로 이끌기 위해 언론을 통해서는 `정제되지 않은' 대북 정보를 흘리면서, 공식적인 외교채널로는 이를 부인하는 이중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 벼랑끝 전술인가, 핵보유국으로 가나 = 지금까지 북한은 `핵실험 준비설'에대해 공식 반응을 보인 적은 없다. 그러나 북한 당국의 외곽매체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7일인터넷 판에서 "핵무기 보유국의 지위에 걸맞은 조선의 행동계획은 이미 책정돼 있다"며 은근히 핵실험 강행 가능성을 암시하면서, "핵무기 보유국들 사이의 `힘과 힘의 대결'을 방치하면 예측할 수 없는 후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월 10일 핵무기 보유선언과 3월 31일 핵무기 군축회담 제안에 이은 핵무기 보유국임을 기정사실화하는 수순을 밟아가는 듯한 인상이다. 1994년 1차 북핵위기때는 외무장관으로, 그리고 최근까지 주미대사를 지냈던 한승주(韓昇洲) 고려대 교수는 9일자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북한은 이제 자신이 핵무기 보유국가임을 기정사실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핵실험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 논리대로 라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후속 6자회담 개최는 극히 회의적일수 밖에 없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 공식화를 위한 6자회담에 한.미.일.중.러가 참여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또 북한이 핵보유국 수순밟기를 하고 있다면 북한 스스로도 6자회담의 틀 자체를 고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으면 6자회담 보다 더나은 협상의 조건이 만들어지리라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핵 문제 해결의 수단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평화적이고 외교적인대화의 틀이 아닌 `다른 수단'의 제기가 불가피해진다는 얘기다. 미 행정부는 최근북한이 끝내 6자회담에 나오지 않는다면 한.중.일.러와의 합의를 바탕으로 한 안보리 회부에 이은 대북 제재 가능성을 밝히고 있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그러나 작금의 북한의 행위가 `벼랑끝 전술'이라는 분석도 있다. 핵무기 보유라는 `외곽 때리기'로 위기를 고조시켜 주변국의 진을 뺀 뒤 차후 6자회담에서 목표치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멀게는 북핵 1차위기 때 북한은 핵시설 사찰을 둘러싼 2년여의 북-미간 협상이결렬되자 1994년 5월 18일 영변 5㎿ 원자로의 가동을 중단하고 폐연료봉을 인출한데 이어 6월 13일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탈퇴하는 강수를 던지는 방법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 그 해 10월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 낸 바 있다. 가깝게는 지난 2003년 2월 참여정부 출범직후 영변 원자로 재가동 카드를 던져상황을 악화시켰고 그 이후 첸치천(錢其琛) 당시 중국 국무원 부총리의 극비 방북을통한 삼지연 담판으로 북핵 위기를 북-중-미 3자회담이라는 협상국면으로 바꾼 바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우리 정부는 물론 중국과 미국도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으로 가려는 건 지, 그렇지 않고 6자회담 내에서 벼랑끝 전술을 하려는 것인 지 자신있게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북한 당국이 `핵무기 보유국 지위굳히기'에 나서면서도 정작 박봉주 내각총리와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의 방중 이후 가동되고 있는 북-중 채널을 통해서는 6자회담 복귀의지와 함께 `조건'과 `명분' 주장을 지속하는 이중 전략을 보이고 있기때문이다. 중국이 북한이 `불편해 할' 행보를 서슴지 않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이 6일 반기문(潘基文) 외교장관과의 회담에서미국과 북한을 함께 거명해 상호 비방에 우려를 표시했고, 후진타오(胡錦濤) 주석도8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겨냥, 조속한 6자회담 복귀를촉구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중국이 북한의 전략적 결단을 촉구하기 위해 대북 압박대열에 가세했거나 적어도 그런 인상을 주려한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미 8일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해결을 위한 정상 행보가 가동됐고, 9일에는 한.러 정상회담이, 6월에는 한.미, 한.일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는 만큼 차후 북핵문제의 1∼2개월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입력시간 : 2005-05-09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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