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82.8%에 이른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조기 유학생 수는 지난 2001년 7,000명에서 2007년 2만8,000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지난해 6월 ‘영어를 배우기 위해 한국 어린이들은 아버지와 헤어지는 법을 배운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하는 바람에 국가 망신까지 당했다.
왜 이 같은 이율배반적인 일이 발생하는 걸까. 바로 국내 고급 서비스 산업의 질적 수준이 낮아 해외로 몰리기 때문이다. 해마다 급증하는 해외 유학ㆍ의료 수요는 고질적인 경상수지 적자 요인으로 작용해 환율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아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 육성은 국가의 사활을 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수출이 꺼꾸러진 가운데 내수산업, 특히 서비스 산업이 일자리 창출의 핵심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번 경제위기를 맞아 교육ㆍ의료ㆍ법률 등의 지식기반 서비스 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내 서비스 산업은 오히려 퇴보하며 한국경제의 짐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조업 일자리의 경우 2000년 429만명에서 지난해 403만명으로 줄어든 반면 서비스업은 1,296만명에서 1,580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반면 서비스 산업의 경제성장 기여율은 미국ㆍ일본ㆍ영국ㆍ프랑스ㆍ독일 등 선진 5개국의 경우 1985~1994년 77.8%에서 1995~2003년 83.6%로 높아진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56.4%에서 52.6%로 오히려 줄었다.
서비스업 전체의 고용비중은 늘었지만 음식점ㆍ소매업 등 생계형만 상대적으로 비대해지고 의료ㆍ금융ㆍ교육 등 지식기반형은 규제장벽 탓에 낙후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서비스업 시장 진입규제는 29개 회원국 가운데 두번째로 높다.
이병희 한국은행 조사국 산업분석팀 과장은 “고용흡수력과 인건비 비중이 높은 서비스업이 계속 부진하면 결국 내수 부문의 활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며 ▦과도한 규제 ▦취약한 인적자원 활용 시스템 ▦규모의 영세성 ▦정보기술(IT) 활용도 저조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인식결여 등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지난해 촛불시위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우려 등을 고려해 서비스 산업 선진화ㆍ고도화와 함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도 포기할 수 없는 과제다. 이 때문에 일반국민들에게 의료ㆍ교육 등 기본적인 서비스 접근권을 보장하되 산업의 질과 서비스 사업자의 경영능력을 높이는 ‘투 트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 과장은 “논란거리인 영리의료법인 설립은 허용하되 사회적 책임을 강제하는 반면 비영리 의료법인은 세금면제 혜택을 부여하는 등 선진화와 공공성을 절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