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권 非행원출신 임원 늘어…순혈주의 붕괴

환란 이후 전문성·실적 강화가 원인

최근 국내 은행권에 비행원 출신 임원들이크게 증가, 전통 은행원 중심의 `순혈주의'가 사실상 붕괴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환란후 외국자본의 국내 진출로 금융 선진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금융 업종간 벽이 허물어지고 전문성과 실적을 중요시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을 비롯해 우리.하나.외환.제일은행 등은 행장과 재무, 부동산 등과 관련된 핵심직위에 외부 전문가들을 잇따라 임명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임원인사를 단행한 외환은행은 최고경영자(CEO)와 부행장 등 12명의 임원 가운데 4명이 비은행 출신이다. 팰런 전 행장의 자리를 이어받은 리처드 웨커 신임 행장과 이번에 새로 영입된윌리엄 롤리 IT담당 부행장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계열사인 GE카드와 GE캐피탈출신이다. 기업금융을 총괄하는 김동진 부행장도 PCA 투신운용과 JP모건 체이스 등 투신과투자금융분야에 종사하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영입됐으며 인사본부장을겸임하게 된 김형민 대외협력본부장도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에서 해외언론 홍보담당 비서관을 역임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17명의 부행장급 이상 임원 중 비은행 출신은 무려 6명에 이른다. 현재 국민은행의 전략.기획업무 최고책임자인 김동원 부행장은 수원대 경제학과교수와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등을 역임한 뒤 강정원 행장 취임과 동시에 국민은행에 영입됐다. 재무관리를 담당하는 신현갑 부행장은 씨티은행 서울지점에서 잠시 근무한 것을제외하고는 외환카드와 경영컨설팅 회사인 Kapco 등지에서 줄곧 재무관리 업무를 담당했다. 신탁과 기금사업을 총괄하는 강정영 부행장은 지난 1978년 재무부에 들어간 뒤국세관세과장과 국고과장, 국세심판원 국세상임심판관을 역임한 공무원 출신이다. 국민은행은 이밖에 최동수(전 삼성증권 상무), 이성규(전 기업구조조정 투자회사 설립추진위원회 사무국장), 도널드 매켄지(전 골드만 삭스 일본 부회장) 등 3명의 부행장도 외부영입 케이스다. 지난 10일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SCB)은행에 매각된 제일은행은 9명의 집행임원중 2명이 비은행 출신이다. 제일은행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던컨 바커 부행장은 대부업체와 캐피털 업체등지에서 해외영업을 주로 담당해 왔으며 개인금융리스크관리업무를 총괄하고 있는키스샤켓 부행장도 씨티그룹에 인수된 대부업체 AFC(Associates Financial Services)에서 리스크관리를 담당했다. 하나은행은 5명의 외부영입 임원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프라이빗뱅크(PB)를 담당하는 김준호 부행장보는 국방부와 감사원 등에서 공무원으로 재직하다 공인회계사에 합격, 재무심사 전문가로 영입됐으며 리스크관리본부의 이강만 부행장보는 민간기업인 한국개발공사, CKD창업투자 등에서 근무했다. 자금운영을 담당하는 서정호 부행장보는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을 거쳐 리스크관리 전문가로 하나은행에 들어왔으며 전산정보본부의 조봉한 부행장보는 외국계 연구소 연구원을 지내다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 책임자로 발탁됐다. 부동산 금융본부의 박남규 본부장은 주은부동산신탁에 재직하다 부동산금융 활성화의 책임을 맡고 하나은행으로 옮겨왔다. 우리은행은 황영기 행장이 삼성증권 사장 출신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의 직원들은 전문가로 육성되기 때문에 직장을 그만둬도 다른 곳으로 이직하기가 쉽다"면서 "우리나라의 은행들은 전문가 육성을 위한 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대호.고준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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