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출혈로 치닫는 자동차 할부시장

캐피탈 이어 카드사·은행까지 레드오션화<br>저마진 영업전략 고수<br>침체로 연체율까지 올라<br>두자릿수 실적감소 예상


이쯤되면 '춘추전국시대'라 칭할 만하다. 자동차할부 금융시장 얘기다. 자동차 할부금융의 절대강자인 캐피털이 독식하던 시장에 카드사는 물론 은행까지 참여하면서 시장의 '레드오션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후발주자들이 저마진 정책을 고수하면서 수익성은 악화되고 무리한 영업에 따른 연체율 상승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들어 산은캐피탈과 한국SC캐피탈 등이 자동차할부금융 시장에 진출했다. 산은캐피탈은 올 6월 말 현재 총자산 규모만도 2조6,353억원에 달한다.


현대캐피탈과 아주캐피탈이 잠식하던 시장에 카드사와 은행이 뛰어든 데 이어 또 다른 '공룡캐피탈'이 출현한 셈이다.

이들 금융사가 자동차금융시장에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드는 것은 할부금융시장이 성장의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돈 되는 영역은 자동차 사업밖에 없다는 얘기다.

예컨대 할부금융 취급실적에서 자동차 관련 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7년 84.8%(8조6,670억원), 2009년 88.7%(6조1,564억원), 2011년 83.6%(9조2,154억원) 등 85% 전후반에 형성돼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집은 없어도 차는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한국인들에게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며 "1금융권이 2금융권의 텃밭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그만큼 먹을 것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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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플레이어가 넘쳐나니 영업활동도 보다 공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후발주자들이 저마진 전략을 들고 나오면서 출혈경쟁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자동차 딜러들은 할부금융을 연결해주고 4.5%가량의 수수료를 받는데 이는 2000년대 초반(2% 내외)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캐피털사 관계자는 "수신 기능이 없는 여신금융사의 경우 조달금리가 3~4% 수준인데 자동차할부 금리로 5~8%가량을 책정해놓았다"며 "결국 자동차할부금융 마진은 1~4% 내외라는 소리인데 중개수수료를 지급하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당장 실적 전선에 적색신호가 켜졌다. 현대캐피탈만 해도 하반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20~30%가량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실적이 집계가 되지 않았지만 두자릿수 이상의 실적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욱 문제는 플레이어들 간의 치킨게임과 경기위축이 겹쳐지면서 건전성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6월 말 현재 할부금융사의 연체채권비율은 2.45%로 지난해 말(2.35%)에 비해 악화됐다.

경기후퇴로 자동차 구매수요가 줄어든 점도 부담이다. 국내 5개 완성차 업체들의 자동차 판매량은 9월 들어 소폭 반등하기는 했지만 올 들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 다른 캐피털사 관계자는 "자동차할부금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캡티브 마켓, 즉 전속시장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이상 자동차할부금융 시장의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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