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10월 9일] 감사원의 존재이유
임석훈 차장(증권부) shim@sed.co.kr
"거래소가 방만하다면서 공기업화한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지난달 30일 이정환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감사원의 권고에 대한 정면 반박이었다. 증권유관기관 수장이 감사원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야권에서도 현 정부 출범 이후 실시한 30여개 공공기관 감사가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기관장에 앉히기 위한 표적감사라고 주장한다.
감사원이 요즘 '동네북' 신세다. 거래소와 정치권은 물론 시민단체까지 감사원의 행보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표적감사를 그만두고 일관성 있는 감사를 하라는 게 요지다. 한마디로 감사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이다.
최근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이런 불만들을 '감사원 흠집내기'성 정치공세로 치부하기에는 설명이 부족한 듯하다. 특히 거래소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방만경영 때문에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관리하겠다는 것인데 이제껏 공공기관들은 방만경영 때문에 공격을 받아왔다. 공공기관이 되면 방만경영이 더 심해지지 않겠느냐"는 이정환 이사장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감사원의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김황식 감사원장은 지난 9월8일 취임식에서 '감사원의 독립성'을 역설했다. 김 원장은 "재임 중 외부로부터의 어떠한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도 철저히 배제함으로써 감사원의 독립성을 확고히 지켜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당수 국민들은 이 같은 의지가 지켜질지에 의문부호를 던진다. 정권 초마다 무더기로 쏟아지는 감사원발(發) '공공기관 도덕적 해이 심각' 기사에 국민들은 더 이상 눈길을 주지 않는다. 감사 지적 내용이 항상 비슷하기 때문이다. '달라지지 않는데 뭐 하러 감사하는지 모르겠다'는 불신감이 강하다.
감사원이 추구해야 할 핵심 가치이자 존재 이유는 직무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이다. 김 원장도 "감사업무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확보되지 못한다면 정쟁이나 외부세력의 도구로 변질돼 국가적으로 큰 폐해를 낳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독립성과 중립성이 중요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최근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비판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를 찬찬히 되돌아보는 게 감사원이 지금 해야 할 일이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