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800선 돌파에 실패하고 되밀려 있다. 표면적으로는 G7(선진 7개국)회담의 달러 약세 용인 합의 이후 세계 주식시장의 동반 약세가 직접적인 배경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 보면, 최근 장세 전환의 배경에는 지난 1년여간 진행되어온 세계 증시의 상승 논리에 대한 변화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세계 증시를 끌어 올린 엔진은 다름아닌 미국을 중심으로 펀딩된 대규모 주식투자 자금의 유입이다. 이렇게 주식투자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될 수 있었던 것은 미국 기업이익의 회복이 예상보다 빨리 가시화되면서 세계 증시 시가총액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증시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이익 회복이 세계 증시 상승의 핵심 엔진이었다는 얘기다. 이는 미국 기업이익이 회복될 수 있었던 데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주요 IT기업) 아ㆍ태지역의 수요가 의외로 견조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즉, 세계 증시 상승의 배경에는 대규모 유동성 유입이, 그 배후에는 미국의 기업이익 회복이, 또 그 배후에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ㆍ태 지역의 견조한 수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최근 세계 증시의 흐름을 중국을 중심으로 풀어내는 안목이 필요하다. 연초 이후 글로벌 주식투자 유동성의 흐름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 같은 `중국 중심`의 시장 인식을 더욱 확인시켜준다. 예를 들어 연초 이후 세계 50개국 주요 증시는 저점대비 평균 47% 올랐으며, 수익률 분포를 나타내는 표준편차는 20%정도다. 이는 지난 9ㆍ11테러 이후 세계 증시 동반 상승 국면에서 나타난 평균 상승률 40%와 표준편차 28%와 비교하면 세계 각국의 수익률 분포가 상당히 균일한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세계 각국 증시 상승률은 국가별로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유동성 흐름은 지역별로 크게 차별화를 보이고 있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초 이후 미국 이외의 지역에 투자하는 `인터내셔널펀드`의 유입비중은 미국 전체 주식형 뮤추얼 펀드 유입액의 30%대로 92년 이후 평균 비중인 10%대를 크게 웃돈다. 특히 아ㆍ태 지역(일본제외) 펀드 유입액이 전체 주식형 뮤추얼펀드 유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93년 이후 최고치인 2%대 후반을 기록하고 있다. 또 최근 중국 단독펀드로 유입된 뮤추얼 펀드의 규모는 중국 시가총액의 20배에 달하는 아ㆍ태(일본제외) 지역 펀드에 들어온 신규 자금유입액을 오히려 웃돌고 있다. 이른바 미국 이외의 지역에 대한 선호, 특히 아ㆍ태 지역에 대한 선호도의 배경에는 중국 경제의 중장기 성장 가능성과 위안화 절상 가능성, 그리고 중국 증시가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시장의 고민은 중국 경제의 중장기 성장성 및 위안화 절상 가능성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라기 보다는 중국 경제가 단기적으로 경기 순환적인 의미의 하강국면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중국 정책 당국의 통화긴축기조 전환과 중국 증시의 중요한 대표 변수라 할 수 있는 홍콩 H주식의 의미 있는 추세 붕괴, 중국 FDI(외국인 직접투자)의 감소 조짐, 중국 수입증가율로 대표되는 중국 발 수요의 단기 고점 형성 조짐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상황 변화가 최근 달러 약세 용인 조치 보다 더 근본적으로 시장을 지배하는 약세 논리들이다.
더욱이 미국 기업이익이 꾸준히 회복세를 보일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축인 미국 소비가 3ㆍ4분기를 전후로 고점을 형성하지 않겠냐는 부담 역시 시장 상승 논리에 대한 의구심을 키워왔다. 미국 감세 효과가 올 하반기를 정점으로 감소하고 금리 수준 역시 어느 정도 올라와 있어 저금리에 따른 주택 수요 증가 등 소비 증가 효과가 크게 상쇄될 것이라는 평가다. 고용이 늘어야 하는데 미국 기업들의 가동률이 낮고 자국 내 공장 짓기를 꺼려하고 있어 개선 여부가 불투명하다. 소비가 단기 고점을 쳤다면 기업들의 투자가 이를 받쳐 줘야 하는데 미국 기업투자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정보기술(IT)관련 투자 규모가 물량 기준으로 2000년 하반기 버블 당시 수준에 이미 도달한 점도 부담 요인이다.
이상의 상황을 정리해 볼 때, 최근 세계 증시의 고점 형성 조짐은 달러 약세 용인의 결과라기 보다 지난 상승세의 양대 엔진이었던 중국 수요와 미국 소비가 단기 고점을 형성하지 않겠느냐는 부담감을 주가에 반영해가는 과정으로 인식할 수 있다. 지난 1년여간 진행되어온 세계 증시의 상승 논리에 대한 내적 변화가 일고 있다.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실장 >